이인희 고문이 정신적 지주… 구조조정 거쳐 새로운 도약 이끌어
《‘큰 소나무’라는 순 우리말을 그룹명으로 사용하는 한솔그룹은 올해 초 창립 43주년을 맞았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홀로서기’에 나선 지는 18년째다.
한솔은 1965년 1월 설립된 새한제지가 모태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68년 새한제지를 인수해 전주제지로 상호를 바꿨다. 전주제지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될 때 이인희 현 한솔 고문이 전주제지를 물려받아 지금의 한솔그룹으로 키워냈다. 이 고문은 이병철 창업주의 장녀이자 조동길 현 한솔그룹 회장의 모친이다.
삼성에서 계열 분리할 때 한솔의 매출액은 3400여억 원.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제지, 정보기술(IT), 금융을 축으로 한 19개 계열사로 세를 확장하면서 그룹 매출이 4조 원대를 넘게 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를 구조조정하면서 매출액은 2003년에 2조5000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한솔은 2005년 제지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소재와 솔루션 등 2개 핵심 사업군으로 그룹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구조조정 후 새롭게 변신한 9개 계열사는 ‘2010년 그룹 매출 10조 원’ 달성의 핵심 축으로서 한솔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
○ 그룹의 초석을 닦은 최고경영자(CEO)들
이 고문은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3남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그룹이 한창 어려운 상황에 처한 2002년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게는 그룹을 다시 일으키고, 성장동력을 재편하는 절체절명의 임무가 부여된 셈이었다.
그는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조 회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취임 이후 그가 일관되게 펼쳐온 원칙은 부단한 혁신을 통한 ‘가치 극대화’와 ‘수익위주의 경영’이다. 이 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업 분야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실무를 아는 CEO’,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CEO’, ‘재무, 기획, 생산 등 경영 전반을 꿰뚫고 있는 회장’ 등 그에게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경영 일선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이 고문은 여전히 한솔그룹의 정신적인 지주다.
이 고문은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에게서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받았다. 이병철 창업주는 생전에 “사내로 태어났으면 그룹을 맡길 수 있는 큰 재목감”이라며 자주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 고문은 1991년 한솔을 물려받은 이후 좀처럼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항상 고문의 위치에서 경영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강한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한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은 이 고문의 장남이자 조 회장의 형이다. 조 회장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조력자로 자리매김하면서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영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솔의 주력인 한솔제지를 이끌고 있는 선우영석 부회장은 1970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과 첫 인연을 맺은 뒤 20여 년간 삼성그룹에서 해외부문과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았다. 1993년 한솔로 옮긴 이후에는 ‘흑자 경영’을 경영원칙 제1호로 삼으면서 1995년 1억 달러 수출탑, 1998년 5억 달러 수출탑을 각각 수상하는 글로벌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 미래를 향한 혁신 전도사들
신현정 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은 삼성물산 총괄경영지원본부장과 제일모직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후 1999년 한솔에 합류했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구조조정과 대대적인 경영혁신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을 듣는다. 기획, 관리, 재무 분야에 두루 정통하다.
오규현 한솔홈데코 사장은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한솔제지와 한솔무역, 한국 노스케스코그 영업 분야를 거친 제지 및 무역 분야 전문가다. 30년 넘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권교택 한솔케미칼 사장은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재무과장과 한솔홈데코 경영지원담당 상무를 거쳐 2004년 한솔케미칼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한솔케미칼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근무 한솔개발 사장은 서비스 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종합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199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내건 ‘1등 서비스 실천을 통한 브랜드 가치 향상’이라는 경영 방침을 10년 동안 고수하고 있다.
최경렬 한솔건설 사장은 1977년 공채로 삼성종합건설에 입사한 이후 30년 넘게 건축설계, 시공, 영업 등 건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 전문가다. 올해 2월 한솔에 합류했다.
서강호 한솔CSN 사장 역시 28년 동안 삼성에 몸담은 삼성맨이다. 특히 삼성물산 오사카(大阪) 지사장, 일본 수출본부장 등 11년 동안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2003년 한솔CSN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판단력이 정확하고, 집념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김치우 한솔LCD 사장은 2003년 대표이사가 된 후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매출액 3700억 원에 불과하던 회사를 2006년 8800억 원대로 끌어올리는 등 한솔LCD를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탈바꿈시켰다.
제지 및 환경 솔루션 제공회사인 한솔EME의 정형근 사장은 2005년 대표 취임 후 동남아,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또 유화석 한솔PNS 사장은 그룹의 중장기 IT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맏형 역할 ‘한솔제지’ 지탱하는 4명의 부사장▼
한솔제지의 그룹 내 위상은 단순히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줄곧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왔고, 새로운 계열사가 설립될 때마다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에는 재무, 관리, 영업, 생산 등 4부문의 부사장들이 선우영석 대표이사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재경 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대기 부사장은 자금, 회계, 전략기획 등을 총괄하는 재무통이다. 1981년 삼성에 입사해 관리와 회계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룹 경영기획실 기획재무팀장을 지내면서 한층 시야를 넓혔다는 평이다.
유성수 경영지원 부문 부사장은 인사, 구매, 혁신 부문 등을 맡아 사내(社內)에선 ‘관리의 달인’으로 불린다. 1979년 전주제지 입사 이후 원료와 구매 분야에서 주로 일하다가, 1999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 부문까지 맡는 등 활동 영역을 크게 넓혔다는 얘기를 듣는다.
영업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서재우 부사장은 1978년 전주제지에 입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점과 뉴욕 사무소 등을 거치며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글로벌 영업맨이다. 현재 한솔제지의 주력 생산품인 인쇄용지, 산업용지 등의 국내외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제품 생산과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김은석 부사장은 올해부터 기술연구소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장항공장과 대전공장 공장장을 맡는 등 1978년 전주제지 입사 이후 줄곧 생산 분야에서 근무해 생산현장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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