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자동차-철강-화학 업종 실적개선 전망
일각선 “바닥 확인 때까진 투자 신중해야”
올해 상반기(1∼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27일)보다 9.53포인트(0.57%) 내린 1,674.92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중순 코스피지수는 1,888.88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지루한 조정양상을 보이는 장에서도 투자의 기회는 있는 법.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나 기관이 대규모로 매입하고 있는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반면 현재처럼 경제 전반의 상황이 혼란스러울 때에는 기관이 매입하는 종목 투자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믿을 것은 실적뿐, 수급도 고려해야”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 달 발표할 기업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7월 이후 증시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유가,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들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놓으면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 주식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 등의 실적 증가에 힘입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성 팀장은 달러당 원화 환율 상승(원화가치는 하락)의 혜택을 보고 있는 IT, 자동차 업종 기업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철강, 화학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현대건설 현대제철 포스코 고려아연 삼성전자 SK텔레콤을 꼽았다.
수급 측면에서 투자 종목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 맞서 기관이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종목이 조정장세에서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 맞는 종목으로는 KT&G ㈜효성 세아베스틸 LG마이크론 CJ제일제당 SK에너지 LIG손해보험을 들었다.
한편 고유가 상황에서는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등 대체에너지 관련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원 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많지만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불확실한 자원 개발주보다 대체에너지 관련주에 관심을 갖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 “실제가치 보다 주가 떨어질 수도”
그러나 아직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만큼 실적이 좋거나 기관이 적극 사들이는 종목마저 확실한 투자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주가 하락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 하락이라는 큰 물살이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실적, 수급 등의 요인만으로 물살을 거꾸로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분기에는 1분기(1∼3월)보다 경기둔화 현상이 심화됐고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혜택도 줄었다”며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도 “최근의 증시 조정은 국내 문제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라며 “외부 여건이 더 악화돼 증시가 추가로 충격을 받으면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이라도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