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표적 체감물가 품목… 다른 물가 자극 우려”
과자 아이스크림 분유 등을 생산하는 가공식품업체들이 올해 초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린 데 이어 4월 이후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과자 분유 등 가공식품은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품목들.
이 때문에 이런 제품의 가격 상승은 다른 분야의 가격을 덩달아 들썩이게 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뇌관이 될 수 있어 물가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먼저 용량 줄이고, 나중에 가격 올리고
30일 가공식품업계와 정부 물가 당국에 따르면 제과, 분유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올해 2, 3월경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일부 품목의 실질적인 가격을 10% 인상했고 4, 5월 경에는 다시 품목별 가격을 20~40%씩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는 2, 3월 중 과자류인 빼빼로 카스타드, 빙과류인 위즐 스크류바 죠스바 등의 용량을 줄여 가격을 사실상 6.1~10% 올렸다.
또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은 3월 이후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20~40% 올리며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런 가격인상은 4월 이후 소비자 판매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롯데제과의 스크류바, 죠스바는 500원에서 700원으로 값이 40% 올랐다. 월드콘은 올해 들어 값이 두 차례 오르면서 1000원에서 1500원으로 뛰었다. 해태제과도 700원짜리 계란과자를 1000원으로, 1000원짜리 땅콩그래를 1200원으로 각각 43%, 20% 올렸다. 오리온은 초코칩쿠키의 값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렸다.
분유 값도 4, 5월 중 집중적으로 인상됐다. 매일유업은 앱솔루트 명작 1, 2 분유를 1만9700원에서 2만1300원으로 8.12% 올렸다. 일동후디스는 슈퍼프리미엄 3, 4단계 값을 3만300원에서 3만5800원으로 18.15% 인상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수입 유제품 가격과 운송에 드는 유류비 등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인플레이션' 자극 촉각
이들 가공식품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의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자칫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높다는 게 물가 당국의 걱정이다. 앞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 음식점 등 개인서비스 요금의 '편승 인상'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 품목은 서민들의 필수 먹을거리로 국민의 불안심리를 고조시킬 수 있다"며 "4, 5월에 오른 가격은 5, 6월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가 당국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6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김밥 가격이 16.1% 오르는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대폭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격 담합 등에 대한 감시 강화될 듯
공산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단체와 업계 간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월 벌어진 '밀가루 논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5월 초 제분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국제 가격보다 국내 밀가루 값이 높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해 업체 관계자들과 공방을 벌였다.
물가 당국도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제과, 분유 등 국내 가공식품 시장은 3, 4개 회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삼강, 해태제과 등 4개 업체에 가격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가격 인상 동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물가를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 담합을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