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버핏이 이길까… 헤지펀드가 이길까…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평소 헤지펀드나‘펀드 오브 펀드’가 실적에 비해 과잉 수수료를 징수해 투자자들을 편취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워런 버핏이 얼마 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인 ‘프로테제 파트너스’와 내기를 걸었다. 》

각각 32만 달러를 내고 프로테제 파트너스가 지정한 5개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대표적 블루칩 주가지수인 S&P500지수 수익률보다 낮으면 버핏이 이기는 것이고, 그 반대면 헤지펀드가 이기는 게임이다. 상금은 이기는 쪽이 지명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정했다. 누가 이길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대단하다.

한국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3∼4년 뒤면 헤지펀드의 설립이 완전 자율화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라는 생소한 이름이 세인의 이목을 끈 것은 1992년 조지 소로스가 헤지펀드를 이용해 영국 중앙은행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든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영국의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파운드화의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 소로스는 엄청난 금액의 파운드화를 팔았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은 무릎을 꿇고 파운드화를 절하시켰다.

원래 ‘헤지’란 단어는 위험을 완전히 차단해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 게임이 벌어지면서 헤지의 원래 기능은 퇴색됐고, 헤지펀드는 공격적 투기로 정책 당국의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이들 헤지펀드는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자본시장의 악동’이라는 누명도 쓰게 됐다.

더구나 헤지펀드는 사모(私募)로 모집돼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헤지펀드가 글로벌 자본시장을 누비고 다니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순기능도 만만찮다. 이들은 시장의 원리가 충실하게 작동하게끔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통한 재테크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머지않아 출현할 한국의 헤지펀드들은 긍정적인 기능을 더 많이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상 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