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선 뱃머리, 자원부국으로…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유가-원자재 값 급등에 美-日 중심 수출지형도 지각변동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한국의 무역 지형도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특히 자원부국(富國)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미국을 제치고 3위의 수출시장으로, 중남미가 일본을 앞지르면서 5위의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또 지난해 상반기(1∼6월) 한국의 수출상품 4위였던 일반기계는 올해 상반기 1위로, 8위였던 경유와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4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등 주력 수출상품의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 하반기 두바이유 120달러 안팎 전망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08년 상반기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과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5%, 29.1% 증가한 2140억8000만 달러, 2197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57억1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이처럼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유의 평균 도입단가가 배럴당 100.1달러로 사상 처음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작년 동기 대비 63%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액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6월 15.8%에서 올해 1∼6월 20%로 크게 늘었다.

지경부 당국자는 “올해 하반기 중동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을 120달러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어 연간 기준으로도 소폭 적자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연간 기준으로도 11년 만에 적자가 된다.

○ 급성장 자원부국 신규 수입처 부상

국제유가 급등세는 무역수지뿐 아니라 수출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對)아세안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6%에서 11.8%로 늘면서 중국(22.7%)과 유럽연합(14.4%)에 이어 3위의 수출시장이 됐다. 또 중남미(6.8%→7.0%)도 일본(7.3→6.9%)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 3위였던 미국과 5위였던 일본은 각각 4위와 6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자원부국이 주요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것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경부가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나이지리아, 베트남, 멕시코 등 30개 자원부국에 대한 올해 1∼5월 수출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작년 1∼5월보다 37.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교역상대국의 수출증가율은 10.7%였다.

○ 일반기계-석유제품 도약

지경부가 집계하는 13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99억 달러에서 182억4400만 달러로 84.3% 늘면서 수출증가율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 수출단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82.8달러에서 올해 5월 160.2달러로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품목 4위였던 일반기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석유채취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의 제조업이 30%대에 이르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는 1위의 수출품목으로 등극했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아 수출액이 175억53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 줄면서 6위로 밀려났다.

한편 지경부는 국제유가 급등세와 세계경기 침체 우려 등 대외 여건과 품목별 수출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하반기와 연간 수출입 전망을 2일 발표할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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