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단가에 배급망부실 수익 악화… 매각설 무성
최근 택배업계는 구조조정설(說)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불과 1, 2년 전 출범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후발 택배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다 고유가의 한파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회사들은 기존 택배회사를 인수합병(M&A)하며 의욕적으로 택배시장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신세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해외 대형 물류기업들이 후발 대기업 택배사의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 후발업체 ‘엎친 데 덮친 격’
최근 택배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동부그룹, 동원그룹, 신세계그룹, 유진그룹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이 400억∼1240억 원, 영업손실은 20억∼48억 원으로 흑자를 낸 곳이 한 곳도 없다.
반면 택배업계 ‘빅4’ 가운데 하나인 대한통운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2700억 원, 영업이익은 630억 원에 달한다. 대한통운, 현대택배, CJ GLS, ㈜한진 등 4대 택배회사는 택배 물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CJ GLS는 택배사 HTH를 1일 합병해 국내 최대 택배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췄다고 발표해 택배업계의 구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현웅 동부익스프레스 기획파트 과장은 “후발업체들은 선발업체에 비해 적은 물량으로 사업을 시작해 네트워크 구축에 상당한 운영비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택배회사 관계자들은 “상황이 너무 어려워 공정거래에 어긋나더라도 담합을 통해 단가를 끌어올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이 택배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자체 물량이 상당히 많은 데다 물류업체를 포함시켜 그룹의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서였지만 자체 물량 외에는 영업 확장에 한계가 있어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과도한 경쟁으로 구조조정 불가피
후발 택배사를 출범시킨 대기업이 기를 못 펴는 것은 과도한 단가 낮추기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4개사는 초기부터 공격적 경영을 위해 무리하게 낮은 단가 경쟁을 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글로벌 특송업체에 비해 직영화된 조직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택배사의 가맹점들이 직영 체계하에 있지 않다 보니 이동이 잦아 배급망이 불안정하다는 것.
글로벌 특송사 페덱스코리아의 한송이 마케팅팀 차장은 “페덱스는 직영 법인을 두고 정규직 사원을 채용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쓴다”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영화와 서비스 향상에 힘써 장기적인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기업인증센터장은 “택배시장은 공급 과잉상태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