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외환銀 인수” 우리“해외금융사에 관심”
은행권에 인수합병(M&A) 돌풍이 불고 있다.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시작되면서 ‘매물’이 크게 늘어났고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금융회사의 대형화 바람도 불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일 월례조례에서 “정부의 금융 공기업 민영화 계획 등을 계기로 금융부문 전반에서는 이미 M&A의 물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며 “국민은행도 선도 금융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M&A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M&A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이 탐내는 것은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국민은행 측은 “론스타와 HSBC의 계약대로 외환은행이 세계적인 점포망을 이미 구축한 HSBC에 인수될 경우 40개나 되는 외환은행 해외 지점 및 출장소의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겠지만 국민은행에 오면 이들 지점 하나하나가 보물이 된다”며 “이것이 바로 M&A가 겨냥해야 할 시너지 효과”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이날 월례조례를 통해 “금융권 영역 파괴와 재편에 따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이 변화를 적극 주도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최근 교체된 금융 공기업 수장들도 M&A에 대한 의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식에서 “M&A를 적극 추진해 국내 금융산업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며 “해외 금융회사의 인수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취임을 즈음해 “우리은행을 중심축으로 금융산업이 재편될 수 있도록 단단한 은행을 만드는 데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민유성 한국산업은행 총재는 지난달 취임식에서 “투자은행(IB) 영업과 수신, 소비자금융 등 부족한 부분은 M&A를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수신 기반 확대를 꾀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지방의 중소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들 사이에서는 M&A 주체와 대상조차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묶어 시장에 팔자는 ‘메가 뱅크안’이 나왔을 때도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우리금융지주 측이 이를 적극 주장하자 ‘먹잇감’으로 거론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내심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국민은행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거꾸로 피인수 대상으로도 끊임없이 거론되는 형국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저마다 금융업 재편을 주도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먹지 않으면 먹힐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덩치 키우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자산 규모는 국민은행이 246조 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236조 원) 신한은행(232조 원) 하나은행(143조 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