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주 출생의 비밀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도수 낮춘 소주-와인 열풍에 약주 인기 뚝

국순당-배상면주가, 신제품 출시 등 안간힘

“전통주 살리자” 주세 인하 등 정부도 지원

‘전통주 회사에서 웬 파티?’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배상면주가 사옥에서는 150여 명의 고객이 모인 가운데 전통 약주 파티가 열렸다. 새로 나온 ‘매실 미주’를 알리기 위해 열린 이 파티에서는 시중에서 파는 약주와 달리 장기 보존을 위한 열처리를 하지 않은 신선한 생(生) 약주 10여 종을 맛볼 수 있었다. 사물놀이와 전통무용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백세주’로 알려진 국순당은 2월부터 ‘50세주’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3도인 백세주의 알코올 도수가 너무 낮다고 여겨 백세주와 소주를 반씩 섞어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비슷한 맛과 도수를 가진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50세주는 알코올 도수는 16도, 가격은 백세주의 절반 정도이다.

최근 몇 년간 약주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등 약주 회사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는 등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류 매출은 2006년보다 4.4% 늘어났지만 약주 매출은 26.7% 떨어졌다. 지난해 백세주 매출은 전년보다 약 20% 감소했다.

이처럼 약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참이슬’, ‘처음처럼’ 등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19.5도까지 낮아지면서 비교적 부드러운 약주를 찾던 소비자들이 소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마트 주류담당 윤덕원 바이어는 “2006년부터 소주 도수가 20도 밑으로 내려간 뒤 약주의 주요 타깃이었던 여성 고객들이 소주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뛰면서 소주보다 가격은 비싼데 술에 덜 취하는 약주의 인기가 사그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약주와 도수가 비슷한 와인 열풍이 불면서 약주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약주 회사들이 주류 도매상을 통해 음식점과 거래하면서 약주 가운데 자사 제품만 팔도록 한 영업 관행이 전체 약주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순당 측은 “도매상들이 자유롭게 계약한 것일 뿐이지 특정 제품만 팔도록 강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순당은 50세주에 이어 백세주의 단맛을 빼 담백한 맛이 나도록 만든 ‘백세주 담’을 최근 내놓았다. 또 오미자나 상황버섯으로 만든 ‘명작’ 시리즈도 만들어 와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상면주가는 계절마다 약주 파티를 열고 약주 제조법을 가르치는 ‘가양주 교실’을 운영한다. 배상면주가 마케팅본부 신유호 이사는 “3만 원짜리 와인은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약주는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인데도 비싸다며 먹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도 약주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약주에 매기던 30%의 주세를 15%로 낮춰 약주가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통주의 포장과 마케팅 등에 대한 연구도 지원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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