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달러로 10만달러까지 베팅” 일반인도 관심
투기성 큰데다 예측 어려워 섣부른 투자는 금물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5월 중 달러당 105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20일 만에 30원 넘게 하락하더니 다시 열흘 만에 1040원대로 올라갔다. 하루에 10원 이상 오르내리는 일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는 원-달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자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FX 마진거래는 투기성이 큰 데다 수많은 경제변수가 반영된 종합지표인 환율을 일반인이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FX 마진거래에 쏠리는 관심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선물회사 관계자는 “요즘 회사원 주부 학생 등 일반투자자들이 모의거래를 하며 이 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 한국선물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FX 마진거래 건수는 42만9346건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4배로 증가했다.
한국에서는 외환선물 KR선물 한맥선물 우리선물 등 네 곳의 선물회사에서 FX 마진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도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내려받아 집에서 FX 마진거래를 할 수 있다.
금리가 낮고 펀드투자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일본에서는 FX 마진거래 계좌가 200만 개나 될 정도로 개인투자자가 이 거래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전업주부, 평범한 샐러리맨이 대부분인 일본의 투자자들은 저금리인 엔화로 고금리 외화에 투자한다. 이들이 움직이면 국제 환율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 FX 모의거래로 충분히 연습 후 거래를
FX 마진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돈으로 큰 액수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소 증거금은 2000달러지만 증거금률이 2% 수준이어서 계좌에 넣은 돈의 50배의 외화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만큼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큰돈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거래 단위도 달러 기준으로 10만 달러로 다른 종류의 거래보다 큰 편이다.
예를 들어 2000달러(약 210만 원)를 계좌에 예치시켰으면 10만 달러까지 거래할 수 있다. 이 10만 달러로 달러당 100엔에 1000만 엔을 샀다가 엔화 가치가 높아져 달러당 98엔에 판다면 10만2040달러가 된다. 이 중 10만 달러를 갚고 남은 2040달러(약 214만 원)가 환차익이 된다.
반대로 1달러가 101엔이 되면 990달러(약 104만 원)를 잃게 된다.
각 선물회사는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보증금의 50% 이상 손해가 나는 환율로 변할 때 강제로 외환을 팔아버린다. 2000달러의 보증금으로 달러-유로 상품에 투자했다면 환율이 바뀌어 1000달러를 잃는 상황에서 강매하는 것.
FX 마진거래를 하면 부수적으로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계좌에 갖고 있는 외환은 해당 국가 금리 수준에 맞춰 이자가 지급된다. FX 마진거래는 24시간 계속된다. 세계 각국에서 시간차를 두고 외환거래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송원덕 우리선물 이커머스팀장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환율”이라며 “투자자는 각국의 금리정책, 물가지수 등과 국제정세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봉간 외환선물 FX팀장도 “개인이 이 거래에 참여하려면 먼저 선물회사가 여는 설명회에 참석해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한 뒤 ‘FX 모의거래’로 충분히 연습한 뒤 거래해야 하며 투자를 하더라도 증거금의 20배 이하로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FX 마진거래::
FX 마진거래는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방식의 외환거래다. 달러 파운드 유로 엔 등 8개 통화 중 2개를 교환해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