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업지역 투자 할까 말까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땅값 이미 오를만큼 올라

지분-용지 매입 신중해야

별다른 움직임 아직 없어

사업안 지켜본뒤 결정을

서울의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짓기가 쉬워졌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준공업지역의 아파트 건설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구로, 영등포구 등의 서울 서남권과 성동구 등의 준공업지역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 발표에 앞서 준공업지역의 땅값이 이미 오른 데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당장 가격이 상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여의도 면적 3배에 아파트 건설 가능해져

서울시의회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 준공업지역의 공장용지 비율이 10∼30% 미만이면 사업구역의 80%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공장용지 비율이 50% 이상이어도 60%까지 가능하다. 현재 전체 면적 가운데 공장용지 비율이 30% 이상인 곳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한 것에 비하면 사실상 규제가 풀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서울시 전체 면적의 4.6% 규모인 총 2773만 m²의 땅에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 졌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준공업지역을 개발할 때 일정 비율로 포함시켜야 하는 산업시설을 기존의 공장에서 박물관 등의 전시장, 연구소, 금융업 등의 일반 업무시설로 다양화했다. 또 건축 연면적의 20% 이내에서 각종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준공업지역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업무지구, 산업지구가 모여 있는 복합개발구역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 호가(呼價)는 올랐지만 거래는 적어

개정안이 발표됐지만 아직 준공업지역 부동산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이 지역들은 이미 개발 기대감으로 땅값이 상당히 올라있다. 특히 5월 서울시의회 조례개정안이 공개되면서 이미 아파트를 지을 만한 대규모 땅을 매입하려는 개발 업체들이 한바탕 훑고 지나갔다.

준공업지역 중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 온 성동구 성수동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이 지역은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입할 수 있는 소규모 공장 용지가 많아 관심을 받아온 곳.

현재 성수동 기업은행과 성수쇼핑센터 인근의 땅값은 3.3m²(1평)당 2200만∼2500만 원 선이지만 땅의 크기에 따라 30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영등포, 구로, 금천구 등의 준공업지역에서는 일부 호가가 올랐지만 실제 거래량은 많지 않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준공업지역 중 문래, 당산, 신도림동 등은 이미 가격이 상당히 올라있는 데 비해 양평동 등 일부 지역은 높지 않다”며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일종의 갭(gap) 메우기 식의 부분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대기업 개발사업이 변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준공업지역의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 소규모 공장 용지를 섣불리 매입하는 것은 투자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기대감과 실제 가격 상승까지는 시간 차가 있다”며 “비수기이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어서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면 장기간 돈이 묶일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신규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기존 주택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준공업지역 내에 1만 m² 이상 토지를 보유한 총 22개의 기업이 대형 복합단지를 짓겠다고 나서면 주변의 아파트와 땅값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땅값 상승 우려에 대해 일단 주변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지정해 투기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 용지를 아파트로 개발한다는 소문이 돌면 주변 땅값이 크게 오르지만 계획이 전면 백지화되는 사례도 있어 구체적인 사업안이 나올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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