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성장-高물가’ 스태그플레이션 가시화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한은 “하반기 성장률 3.9%- 물가상승률 5.2%” 전망

6월 물가 5.5% 올라… 환란이후 최고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크게 낮은 3.9%에 그치는 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2%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무역수지가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1일 내놓은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이 상반기 5.4%에서 하반기 3.9%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상반기 4.3%에서 하반기 5.2%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성장률보다 높아진 것은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또 작년 말 한은이 올 하반기 성장률이 4.4%에 이르고 물가상승률이 3.1%가량 될 것으로 본 것과는 흐름이 크게 바뀐 것이다. 물가 급등은 고유가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뿐 아니라 기업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더 뛸 것으로 보고 제품 값을 미리 올렸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이 밝힌 6월 물가는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 등의 이유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1998년 11월(6.8%)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성장률 하락도 고유가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데다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다. 실제 기업의 5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감소했고, 소비재 판매금액은 4월에 비해 0.6% 줄었다.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산유국 간 담합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른 반면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 2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가 1997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57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은도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는 마지막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낸 1997년(83억 달러 적자)보다 큰 규모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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