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LG, 러시아서 잘 나간다는데 수출순위는 왜?

  • 입력 2008년 7월 2일 18시 24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만으론 감당할 수 없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

최근 급속히 성장하는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수출 순위가 올라가지 않자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휴대전화와 자동차의 약진=1일 러시아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러시아에 대한 외국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수출 성장률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맹렬한 기세로 시장을 파고 든 결과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올 상반기 세계 1위 노키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하나의 휴대전화 단말기에 전화번호 두 개를 쓸 수 있는 삼성 듀오스 폰은 매월 3만 대 이상씩 팔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노키아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휴대전화 외에 디지털 액정표시장치(LCD) TV와 백색 가전제품도 점유율이 크게 올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로 늘었다.

현대차의 수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 자동차는 대 러시아 수출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현대차의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는 1위 시보레에 이어 근소한 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주 현지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수출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LG에어콘 등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이 크기의 차이=그러나 한국 기업 제품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한국의 수출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1분기 한국은 독일 중국 일본 우크라이나 미국 벨로루시에 이어 대 러시아 수출 7위를 유지했다.

한국의 한계는 대형 글로벌기업의 수출이 선진국 수준을 넘지 않은데다 수출 품목이 다양하지 못한 점이다.

러시아 시장을 일찍 공략한 한국은 2002년 일본과 수출 순위 경쟁을 벌였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러시아 수출액은 각각 9억3000만 달러와 9억8000만 달러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일본은 2003년부터 도요타 혼다 등 고급 승용차를 앞세워 순식간에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서 한국의 수출 순위는 한 단계 더 밀려났다.

올해 1분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근소한 차이로 한국을 바짝 추격했다. 올해 말에는 프랑스, 이탈리아가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지 무역업계의 전망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제품 중에서는 수출 시장 점유율 1위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나라는 식품 에너지 화학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내세워 수출을 빠르게 신장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에 전력을 투구해도 순위 지키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나탈리아 오를로바 러시아 알파은행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선진국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파이를 더 키워 글로벌 기업을 더 많이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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