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두 직장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고령으로 퇴직한 이후 ‘이참에 가족끼리 자영업을 한번 해 보자’고 뜻을 모았다.
총창업자금 1억8000만 원은 남매가 직장생활을 하며 저축한 돈으로 충당했다. 어머니는 주방과 매장 관리, 직원 관리를 맡고 남매는 홀에서 서빙을 한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남동생도 일이 끝나면 점포에 나와 일을 돕는다.
현재 월평균 약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익금은 통장 하나에 모아 여동생이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 씨는 “서로 믿을 수 있고 사소한 일은 각자가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가족 창업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창업 자금을 모으기도 쉽고, 가족 구성원의 실업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구직 활동을 하던 김모(27) 씨는 올해 3월 취업을 포기하고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서 누나, 매형과 함께 치킨 전문점을 열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김 씨와 자영업 창업을 준비하던 매형이 의기투합한 것.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누나도 퇴근 후에는 일을 돕는다.
점포 구입비 3300만 원을 포함해 총 5500만 원을 투자해 월 1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수입은 550만 원 정도다.
김 씨는 “치킨 전문점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해야 하고 배달 업무가 많아 힘들다”며 “하지만 내가 주인이자 종업원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다 보니 주위에서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남원골미당추어탕’을 운영하는 전정욱(45) 사장은 “40개 가맹점 중 12곳이 가족형 창업”이라며 “오너가 직영하는 셈이어서 열심히 일하고, 책임감도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균 마진이 매출액의 35% 정도인데 가족이 운영하는 곳은 40%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가족 창업은 육아나 가사 문제를 처리하는 데도 유리한 점이 많다고 한다.
A(39) 씨 자매는 지난해 3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 뷰티숍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자금 9000만 원은 언니와 동생이 6 대 4의 비율로 투자해 마련했다.
미용 관련 경력이 있는 A 씨 자매는 피부관리 서비스를 함께 하고 있지만 매장 관리나 마케팅 등 나머지 업무는 분담해서 처리한다. 월평균 매출은 1500만∼2000만 원 정도이고, 마진은 약 50%라고 했다.
A 씨는 “무엇보다 일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이 있는 A 씨는 “가사와 육아 문제 때문에 수시로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동생이 듬직하게 가게를 운영해 줘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또 ‘모두 사장의 자세로 일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는 것’도 가족 창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가족 창업을 하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게 문제”라며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 투자와 수익 분배 원칙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족 간의 다툼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