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만 있을 뿐 ‘팔라’는 권고는 거의 없는 국내 증권가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투자자들에게 폭락장에서 매입을 권유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원상필 선물옵션 담당 애널리스트는 3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전일 필자는 시황 제목을 ‘공포를 산다’로 정하고 매입을 권유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만약 필자의 시황을 읽고 개장 초 매입한 투자자가 있었다면, 장중 그분들이 느꼈을 공포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의 하락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매입 권고를 받아들여 주식을 산 후 추락하는 주가를 보면서 속상해하는 투자자들에게 원 애널리스트의 고백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원 애널리스트는 “전일 급락하는 장을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대의(하락추세 인정, 늦었지만 매도 추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방편(기술적 반등 기대, 매입 유지)을 고집할 것인가 고민했다”며 “지표상 반등가능성이 높아 방편 쪽으로 생각이 잠깐 기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정장이 이어지면서 폭락하는 종목이 많은 시기에도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저가 매입 기회라며 ‘사라’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팔라’는 권유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애널리스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이들은 결국 투자자들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