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10여 년 전부터 속속 윤리경영을 도입해 왔다.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특성상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알리려면 내부 조직부터 도덕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회사들에 대형 유통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거래를 일삼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갑을 관계’ 벗고 ‘윈윈’으로
신세계는 1999년 윤리경영을 기업이념의 핵심으로 정하고 윤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2001년 윤리대상을 만들고 2002년 윤리경영백서를 발간하는 등 윤리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협력회사에 납품대금을 최장 25일 앞당겨 결제해 협력회사의 자금운영을 돕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이나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직매입해 파는 상품에 대해 협력회사로의 반품을 금지하는 ‘무반품 계약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은 백화점과 협력회사 사이의 갈등과 불신을 허물고 서로 믿음직한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다짐하는 의미로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에서 협력회사 관계자 400여 명을 초청해 우수 협력회사 20여 곳에 상을 주고 상생관계를 위한 윤리경영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백화점은 또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수시로 공개품평회를 열어 상품의 우수성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중소기업들이 판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롯데마트는 협력회사들이 상품기획자(MD)와 상담한 뒤 입점하던 기존 방식을 바꿔 2005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입점 신청을 받고 있다. 입점 과정을 투명화하고 입점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서다.
롯데마트 구자영 상품본부장은 “상담 신청에서부터 입점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30일에서 18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또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을 공정하게 뽑기 위해 2005년부터 중소기업박람회를 열고 있다.
○헌혈하고 도서관 짓고… ‘착한 기업’ 만들기
현대백화점 임직원들은 헌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임직원과 고객 7078명이 헌혈을 해 대한적십자사가 선정한 단체헌혈 1위 기업으로 꼽혔다. 상반기에는 이미 3500여 명이 헌혈에 참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회 공헌을 주도하는 현대백화점사회복지재단은 결식아동 돕기와 난치병 아동 수술비 지원, 장학금 전달 등 아동을 위한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부터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장난감을 빌려주는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만들어 왔다. 신세계 윤명규 기업윤리실천사무국장은 “현재 제주와 광주, 대구, 인천에서 운영 중인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는 매년 설과 추석을 앞두고 1600여 개 협력회사에 ‘선물을 주고받지 말자’는 협조 공문을 보낸다. 선물이 들어오면 즉각 회사에 보고한 뒤 돌려보낸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8월 모든 임직원이 참가해 윤리경영 실천다짐대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2002년 ‘홈플러스 윤리강령과 규범’을 제정한 뒤 임직원 대상 윤리교육을 하고 있다. 뇌물을 받는 등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제보하는 ‘휘슬 블로워’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2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에 가입했다. UNGC는 기업과 단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인권과 노동, 환경, 반부패 등 기업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