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로 만든 휴대전화’, ‘스프레이를 쓰지 않는 도색기술’,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냉장고 냉매’…. 얼핏 듣기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기술들은 모두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에 성공해 직접 제품에 적용한 기술들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유해물질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극대화하는 기술 개발에 많은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 회사는 2005년 완성한 ‘초일류 임직원 윤리강령’에서 “환경친화적 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친환경 기술 개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기술 및 서비스로 기업윤리 실천
최근 국내 전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첨단 기술역량 및 서비스역량을 통해 윤리경영을 실천해 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옥수수 전분으로 케이스를 만든 휴대전화(모델명 SCH-W510)와 환경호르몬 유발물질인 ‘브롬계 난연제’, PVC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휴대전화(모델명 SGH-F268)를 선보여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초에는 TV외관 도장에 스프레이를 쓰지 않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 ‘보르도’ TV를 선보였는가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대기전력을 최소화한 ‘싱크마스터 T’ 모니터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싱크마스터 T의 경우 1년 사용 시 소나무 2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며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첨단 기술 기업의 윤리적 역할을 다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1994년 ‘환경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내 전 사업장이 ISO14001, OHSA18001 등 각종 국제환경인증을 획득할 수 있게 정비하는 등 종합적 환경안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2년에는 TV 제품에 사용되는 유해물질을 감소시키기 위해 국내 최초로 ‘친환경 부품공급 시스템’을 도입해 협력업체의 환경친화적 부품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정도(正道)경영’ 노력은 해외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작년부터 82개 해외법인에 현지인 정도경영 강사를 두고, 부서별 윤리규범과 실천사례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더 많은 해외 임직원들과 윤리경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기존에 영어와 한국어로만 운영하던 정도경영 홈페이지를 최근 중국어와 스페인어로도 서비스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2006년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자사(自社)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 성인콘텐츠 직접 서비스를 중단해 통신업계의 청소년 보호 및 윤리경영 흐름을 이끌었다.
SK텔레콤 측은 “성인콘텐츠 서비스 중단으로 일부 수익을 잃었지만, 이후 다른 통신사들도 성인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는 변화를 이끌어 낸 만큼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KT 역시 사이버상 유해정보 노출이나 게임중독, 바이러스 침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무료 보급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윤리경영에 힘쓰고 있다.
○ 조직 내 투명경영은 기본
전자 IT업계에서 투명경영 정립과 같은 조직 내 윤리경영 문화가 확산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올해 ‘대한민국 윤리경영 대상’을 수상한 KTF는 2003년 윤리경영을 선포한 이후 ‘BEL(Business Ethics Leader) 센터’라는 윤리경영 추진 전담조직을 구성해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KTF가 2004년부터 명절때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선물 받지 않기’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전달된 선물들은 서울 본사 등 전국 14곳에 설치한 선물 반송센터에서 취합해 되돌려 보내거나, ‘아름다운 가게’ 등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KTF 관계자는 “고액 선물보다는 과일, 한과, 와인 등 보편적인 선물이 대부분이지만 가격에 관계없이 반송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매월 1일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 윤리의식 자가진단’을 실시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현재 자신의 윤리의식을 진단하고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절, 휴가철, 인사철과 같이 비윤리적 행동을 하기 쉬운 시기에는 사내 메신저나 방송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윤리행위를 선도하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은 평소 “기업의 지속적 성장은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며 “아무리 성과가 좋은 임직원이라도 윤리적이지 못한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KT 측은 “전 조직원들의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 신입사원 및 승진자에 대한 윤리교육 수강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공사, 구매 등과 연관이 있는 협력회사 사장들에게도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난해에만 70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