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CEO-소비자 핫라인…“이젠 맘놓고 드세요”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소비자 신뢰 되찾자” 땀흘리는 업계 현장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정말 중요한 고객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는 물건 사주는 사람이 보석같이 소중한 존재인데 그걸 알면서도 자꾸 잊어 죄송합니다. (중략)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는 농심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시련입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보석 같이 소중한 고객의 존재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3월 노래방 새우깡 이물질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농심의 최고경영자(CEO) 손욱 회장이 5월 고객 앞으로 보낸 사과 편지다.

이 편지엔 이물질 사건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앞으로 고객에게 신뢰받는 국민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손 회장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졌다.

그는 여기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고객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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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 먹을거리와의 전쟁 나선 식음료업계

상반기 식음료업계의 최대 이슈는 이물질 사건이었다. 먹을거리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식음료업계가 불량식품과의 전쟁에 나섰다.

2004년 불량만두 파동,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파동, 2006년 중금속 오염 농산물 등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식품 안전사고를 이번에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농심은 새우깡 사태 이후 고객을 안심시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10대 프로그램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우깡 사태와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소비자단체와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을 중심으로 모니터요원을 구성해 ‘농심 쓴소리 모임’을 만들었다.

참치 캔에서 ‘칼날’이 발견돼 곤욕을 치른 동원F&B는 △사내 임직원의 품질관리 의식개혁 △생산 공정 개선 △품질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고객만족 극대화부문 등 4대 실천 부문을 정하고 품질경영의 해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 사태 수습에 발 벗고 나선 최고경영자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자사 인삼음료 ‘한뿌리’를 자발적으로 리콜조치했다. 1995년 식품위생법상 ‘식품 등의 자진회수제도’가 시행된 이후 국내 대형 식품기업으로는 업계 최초로 한 자발적 공개 리콜이었다.

한 소비자가 ‘한뿌리’ 음료를 마시다 평소와 맛이 다르다며 CJ제일제당 측에 문의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CJ제일제당은 문제가 된 제품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맛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울 발견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몸에 나쁜 것도 아닌데 굳이 손해를 무릅쓰고 공개 리콜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CJ식품안전커미티는 리콜을 결정했다.

CJ식품안전커미티는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주재로 매월 한 차례 식품안전에 대해 스스로를 감독하는 의사결정기구다. 김 사장이 제안을 해 운영하는 기구인 만큼 커미티에서 나온 의견은 곧바로 현장에 적용될 정도로 구속력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이물질 사태와 관련해 식음료업계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품질관리에 나서고 있다. 영리 추구를 우선하던 최고경영자가 품질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매일 오후 1∼3시 손욱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돌아가며 소비자 전화를 직접 받는 ‘CEO-소비자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 0.001% 불량도 없애라

남양유업은 공주 공장과 천안 신공장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에게 금연을 강제하고 있다. 공장 내부는 물론 공장 밖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남양유업 성장경 전무는 “금연을 통해 제품 위생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으로 3억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했다”며 “소비자나 기업 모두가 윈윈(win-win)했던 사례”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최근 유기농 우유 ‘매일 상하목장’을 내놓으면서 청정지역인 전남 고창 지역에 생산설비를 갖췄다. 100억 원을 들여 최첨단 신규 설비를 갖추고 제품 전 제조과정을 무균화하는 공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 유(乳)업계로서는 최초로 도입된 기술이다.

매일유업 한도문 이사는 “유기농 제품이라면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생각하지만 지자체와 협동해 원가를 낮추고 포장용기 거품을 빼 가격을 기존 유기농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동원F&B는 최근 150억 원을 들여 공장 안전시설을 강화하고 생산라인 시스템 선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9월부터는 ‘오픈 팩토리’ 제도를 시작해 소비자들을 공장에 초청해 직접 제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풀무원도 두부, 콩나물 제품에 ‘생산이력 정보 제도’를 도입해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CJ제일제당도 식품안전 인프라스트럭처와 시스템 개선을 위해 앞으로 매년 130억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동화 생산설비를 늘리고 금속검출기와 X-레이 검출기 등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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