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프랑스 금융회사인 소시에테 제네랄은 49억 유로(약 71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30대 젊은 직원이 내부규정을 초과해 선물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1995년 영국 베어링 은행의 파산을 야기한 장본인도 회사 몰래 도쿄증시의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해 12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내부 직원이었다.
이런 대형 금융사고들은 투자자의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에서 직원들의 윤리의식과 내부 규정 준수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국내 증권회사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윤리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직원들의 윤리의식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내부 고발자 제도’ 운영
굿모닝신한증권은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를 임직원들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한 ‘내부고발제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윤리경영 담당부서인 준법감시부에 내부 전산망이나 e메일, 전화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제보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보 접수자는 상근 감사위원으로 한정된다. 만일 제보자가 고발한 내용 덕분에 회사의 손실이 방지됐다면 인사위원회가 제보자에게 포상할 수 있는 규정도 뒀다.
또 굿모닝신한증권은 직원이 업무 중 생긴 법률과 관련한 궁금증을 사내 전산망에 익명으로 올리면 준법감시부의 법률 담당자가 답변을 해주는 ‘솔로몬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회사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행동을 신고할 수 있도록 사내 전산망에 ‘윤리경영 위반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나 거래처로부터 과도한 금품을 받은 직원을 신고하는 ‘선물 향응 제공·수령’ 신고란도 만들어 놓았다.
삼성증권은 회사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고객패널 제도’를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고객패널단은 삼성증권이나 다른 금융회사의 고객 중 모니터링 능력이 우수한 고객 가운데서 선발한다. 패널단은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서비스 및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해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 정기적 윤리교육 실시
여러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법규를 소개한 책자를 배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내부통제 및 윤리준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한 달 일정으로 총 18시간 동안 진행되며 금융사고 예방, 업무 준칙 등의 강의가 주된 내용이다.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매년 이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동양종금증권도 전 직원이 온라인 윤리경영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있다.
교육은 고객만족 방법론, 기업 위기관리 방법론, 직장 내 성희롱 예방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교육과정을 들은 뒤 보고서를 제출하고 최종 시험을 치르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수료’ 자격이 주어진다.
또 동양종금증권은 직원들이 윤리의식을 ‘자가 점검’할 수 있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매년 2회 회사 내 전산망을 통해 윤리의식, 법규준수 관련 수십 개의 질문에 답하면서 본인의 행동을 돌이켜 보게 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초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매뉴얼’을 전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이 매뉴얼에는 △거래업체, 고객의 감사표시 금품은 즉시 되돌려줘야 한다 △회사나 직원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적혀 있다.
○ 전 직원에게 준법서약 받기도
증권사 중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준법 서약서’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한화증권 직원들은 입사 직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사의 내부 통제기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증권 업무와 관련한 법규를 준수하고 자산운용을 건전하게 하겠다’ ‘고객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위탁자산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겠다’ ‘회사 경영에 위기를 초래하는 행위에 참여하거나 방조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준법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대신증권 신입사원들도 입사 후 준법윤리교육을 받은 뒤 사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 준법서약서를 내야 한다. 대우증권은 지난해부터 창립 기념일에 전 직원이 준법서약을 하도록 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윤리경영을 선포하는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 ‘윤리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현만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시장에서 선진 금융회사와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글로벌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는 윤리경영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의 열정적 전도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