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경쟁-뿌듯한 성취-화끈한 보상… 영업직 전성시대

  • 입력 2008년 7월 7일 02시 59분


25년간 영업만 해 온 한화리조트의 마케팅부문장 정상환(53) 상무.

1983년 그와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친구들 가운데 정 상무처럼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현장을 누비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한때는 잘나갔지만 여러 업무를 전전하다 일찌감치 퇴직한 친구들에게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피 직종 중 하나로 꼽혀 온 ‘영업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을(乙)’의 위치에서 일하고 업무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 ‘영업직’이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고, 실제 구직자들의 지원도 늘고 있다. 기업에서도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핵심 인재로 대접받고 있다.

○ ‘일한 만큼 보상 받는다’

한화리조트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한 데는 정 상무의 ‘공무원’ 대상 영업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교직원, 경찰, 직업군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특화해 한화리조트가 공무원 휴양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보수적인 공무원 집단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2, 3배 열심히 뛰었다.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능력도 얻게 됐다.

정 상무는 “영업은 회사 업무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영업직에 평생 몸담지 않을 사원이라도 3년 정도는 꼭 영업 업무를 해 보라”고 조언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진우(42) 강동지역본부장(이사)은 매일 아침 ‘전장(戰場)’으로 향한다. 동양그룹 내 최연소 임원인 정 본부장은 자신이 일하는 곳을 ‘전쟁터’라고 부른다. 고객의 돈을 지키고 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최종 목표를 ‘훌륭한 영업 사원을 키우는 것’으로 삼을 만큼 영업에 삶의 열정을 바친 ‘영업맨’이다. 1992년 입사하여 이듬해 결혼할 때는 ‘영업사원’이라는 점 때문에 처가의 반대가 심해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정 본부장은 “매일 새로운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박진감과 성과에 따른 보상이야말로 영업직이 주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의 연봉은 2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안정적인 전문 분야’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 484개 주요 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력 확대가 필요한 직무’로 영업직이 가장 많이 꼽혔다. 5개 기업 중 한 곳 정도(18.6%)가 ‘영업직’ 인력 확대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재무·회계(3.7%)나 총무(2.5%) 등 다른 분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채용정보업체 커리어에 등록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영업직 채용 공고는 지난해 16만6631건으로 2004년 11만2163건보다 약 49% 늘었다.

구직자들의 영업직 선호도도 크게 높아졌다.

커리어에 등록한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영업직을 희망한 사람은 2004년 1만3597명에서 지난해 2만829명으로 약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헤드헌터 김동일(40) 부장은 “지금처럼 경제 여건이 안 좋을 때 마지막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분야가 영업 직군”이라며 “기업의 핵심 활동인 영업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이라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영업 경험이 필수적”이라며 “어떤 고객을 만나도 그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 영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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