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의 급등(원화가치는 하락)으로 한국 수출기업들이 환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가입한 ‘녹인-녹아웃(KIKO) 옵션’ 등 통화옵션 거래 손실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KO 옵션은 환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약정 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환율이 이 범위 안에 머물면 기업에 유리하지만 환율이 급등해 그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은 계약금액의 2, 3배를 시장 환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팔아야 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통화옵션거래로 손실을 봤다고 공시한 기업은 모나미 백산 우주일렉트로닉스 한광 등 4개사였으며 누적 손실금액은 6월 말 기준으로 총 333억 원이었다. 이는 이 기업들이 1분기(1∼3월)에 입은 손실액(30억 원)의 11배 수준이었다.
기업별로는 모나미가 자기자본의 23.7%에 해당하는 124억 원, 백산은 자기자본의 21.7%에 해당하는 106억 원의 손실을 각각 입었다. 한광도 29억 원(자기자본대비 11.50%), 우주일렉트로닉스 역시 74억 원(16.61%)의 손실을 입었다고 각각 밝혔다.
앞서 1분기에 모나미의 통화옵션에 따른 손실액은 12억 원, 백산은 10억 원, 우주일렉트로닉스는 7억 원, 한광은 1억 원 수준에 그쳤다.
이들의 손실이 2분기(4∼6월)에 커진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초 달러당 938원에서 3월 말 990원까지 급등했고, 이어 지난달 말에는 1046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전략팀장은 “많은 중소기업이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올해 초에 집중적으로 KIKO에 가입했지만 환율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며 급등함에 따라 기업들의 손실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앞으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KIKO 가입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의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