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달러 돌파땐 유흥업 영업시간 제한 등 민간부문 확대

  • 입력 2008년 7월 7일 03시 00분


《정부가 공공부문의 승용차 2부제 등 ‘초(超)고유가 위기관리 계획’을 앞당겨 실시하기로 한 배경은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는 등 ‘3차 오일쇼크’ 상황에 근접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현물 가격 기준 152달러가 되는 시점을 물가상승률과 석유의존도 등을 고려했을 때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유가 수준(1980년 배럴당 36달러)으로 보고 있다. 》

○ 20년 만에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실시

정부가 6일 내놓은 ‘초유가 대응에너지 절약대책’은 공공부문의 승용차 2부제 등 에너지 절약을 앞당겨 의무화하는 한편 민간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에너지 절약을 확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책에 따라 이달 15일부터 국회와 법원을 제외한 정부와 공공기관 819곳이 승용차(7인승 이상 관용 승합차 제외) 2부제(홀짝제)를 시작한다. 홀수날에는 홀수번호 차량만 운행해야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엔 교통정체를 막기 위해 승용차 홀짝제가 시행됐다.

관용차의 운행도 30% 줄인다. 또 관용차량(1만5300대)의 50%를 2012년까지 연료 효율이 뛰어난 경차나 하이브리드차로 바꾸기로 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해 “통근버스 운행 확대 등 보완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사무실의 여름철 실내온도도 현재 26도에서 27도로 높이고, 겨울철 기준은 현재 20도에서 19도로 낮출 예정이다. 엘리베이터 운행 기준도 4층 이상에서 5층 이상 격층 운행으로 바뀐다. 기념탑, 분수대, 다리 등 공공시설물의 외부 조명시설을 금지하고 도로 가로등을 부분적으로 끄는 ‘가로등 격등제’도 시행된다.

○ 국제유가 170달러 넘으면 민간부문도 강제조치

문제는 민간부문이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6.3%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에서 소비가 크게 줄지 않으면 위기관리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0.5%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세계 평균(1.3%)보다 높은 1.8% 증가세를 보여 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국내 에너지 총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소비는 3.5% 줄었지만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 등 대체 소비가 느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기 가스 값 인상을 억제하자 가스 소비가 증가하는 등 가격 구조에 왜곡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은 초강도 에너지 절약을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과 공공부문의 조명, 수송, 건물 사용 등에서 에너지 낭비 요인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거나 석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2단계 위기관리계획’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 부문의 승용차 요일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유흥업소 대형 매장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의 강제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유가 상승 지속되면 경제전망 수정 불가피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전망치를 올해 초 연평균 80달러에서 11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4% 후반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연구기관에 따르면 유가가 전망치에 비해 10% 오르면 성장률은 0.2∼0.3%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예상대로 올해 평균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유지하려면 올해 하반기 유가가 120달러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를 넘어서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려야 하고 올해 1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된 경상수지 적자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전망치(연평균 4.5%)는 더 올려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국제유가를 120달러 정도로 보고 경제운용 방향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140달러가 돼 1∼2주일 전의 예측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국제수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비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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