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로체 이노베이션'이 그 주인공. 사실 기존 로체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지만 이노베이션(혁신)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바뀌었으며 편의성과 경제성도 높아졌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기존 로체의 가벼운 몸놀림이 약간 희생됐고 기본적인 성능에서 국산 중형차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한결 달라진 디자인과 편의장치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부사장의 손길이 닿은 탓인지 직선적이고 간결한 느낌이 강해졌다. 구형 로체의 디자인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브레이크 램프는 전체가 발광다이오드(LED) 타입으로 바뀌었는데 디자인이 그다지 조화롭지는 못한 것 같다. LED타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탓인지 불빛이 너무 강하기만 하고 고급스러운 맛은 떨어진다.
실내도 많이 바뀌었다.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린 실린더(원통형) 타입의 화려한 계기반과 함께 고광택의 검은색 하이그로시 트림은 산뜻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내장재의 재질을 고급화해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가장 특징적인 점으로는 패들시프트를 꼽을 수 있다. 운전대에 양쪽에 달린 패들을 당기면 원하는 변속기 기어단수로 변경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의 작동감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4단 자동변속기여서 패들시프트의 효용성은 떨어져 보였다. 5단 혹은 6단 변속기는 돼야 제 기능을 살릴 듯하다.
'에코 드라이빙' 기능도 눈에 띈다. 연료소비효율을 높여주는 장치는 아니지만 연비 운전을 할 때는 계기반에 'ECO'라는 초록색 램프가 점등시켜 운전자가 스스로 경제적인 운전을 하도록 돕는다.
이밖에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거는 스마트키 시스템과, 룸미러에 내장된 하이패스 기능도 돋보였다.
●안정적인 핸들링과 동력성능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결정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는 좀 더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구형 로체보다 승차감을 살린 반면 핸들링의 재미는 약간 떨어진 느낌이다.
2.0L 엔진은 144마력에서 163마력으로 늘어났지만 실제 가속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측정장비로 테스트한 결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린 시간은 11.8초로 구형엔진의 11.1초보다 오히려 약간 느려졌다. 최고속도도 시속 195km(GPS측정치)로 구형과 거의 비슷하다.
대신 공인 연비는 11.5km/L로 6.5% 좋아졌다. 로체와 쏘나타가 함께 사용하는 세타2 엔진은 출력보다는 연비에 초점을 맞춰 튜닝을 한 듯하다.
●좋아졌지만 2% 부족
로체는 가족들이 함께 타는 '패밀리 세단'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상품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실내 거주성이나 디자인, 조림품질 등이 수준급에 올랐다. 몇 배로 늘어난 판매량은 소비자들인 로체를 인정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서스펜션이 덜렁거리는 느낌은 다른 국산브랜드의 중형차와 마찬가지로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디젤모델이 함께 발표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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