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속도 줄이고 승무원 가방마저 2kg씩 덜어내 ‘다이어트’
국제 유가(油價)가 고공비행을 계속하면서 항공사의 풍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고유가의 파도를 만난 항공사는 전시(戰時) 상황을 맞은 듯 다른 업종보다 더 긴장된 분위기로 각종 묘책을 짜내고 있다. 7일 항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공유가(MOPS)는 배럴당 가격이 지난해 7월 80달러대였지만 1년 새 2배인 160달러를 넘어섰다.
유류할증료 인상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항공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연료 절감을 위해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가방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승무원들의 가방 무게를 줄이면 기체가 가벼워져 연료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권욱민 대한항공 홍보팀 부장은 “승무원의 가방을 개당 2kg 줄이면 항공기 무게가 줄어 연간 5억5000만 원 이상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여행가방을 챙길 때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미주지역 일반석 승객의 경우 23kg이 넘는 초과수하물에 대해 개당 3만 원을 부과하던 요금을 5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미주노선 초과수하물의 부담금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연료 절감을 위해 조종사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서울과 제주를 운항하는 비행기의 속도를 평균 362노트에서 평균 276노트로 낮추면 약 114L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극로 제주항공 운항통제실 실장은 “지난달부터 직원들에게 비행절차, 항로운영절차 등에 관한 연료절감 매뉴얼을 지키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느리게 운항해도 도착시간은 약 5분밖에 지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유가 한파가 닥친 뒤 6월부터 ‘연료절감 TF’를 새로 구성해 본격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