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세제로 시작해 23개 계열사 거느린 그룹 일궈… 부문별 책임경영 ‘부회장 트리오’가 지휘
《애경그룹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기업이다.
애경이 1966년 첫선을 보인 ‘트리오’는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다. 트리오는 42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1954년 비누 제조회사로 출발한 애경그룹은 요즘도 ‘퍼펙트’와 ‘스파크’ 같은 세제와 ‘케라시스’ 샴푸, ‘덴탈클리닉 2080’ 치약 등 잘 알려진 생활용품을 생산하며 소비자 곁에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경의 생활용품 매출은 전체의 20%에 그친다. 화학부문의 매출이 그룹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나머지 매출은 유통과 부동산 개발, 항공 부문에서 올린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3조 원이었다.
이처럼 애경은 소비재 생산회사로 출발했지만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온 기업이다. 1970년대 기초화학 산업으로 눈을 돌렸고 1990년대에는 유통업에 진출했다. 2000년대에는 항공과 부동산 개발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지금은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애경 경영의 중심은 장영신 회장과 채형석 총괄부회장 모자(母子)다. 장 회장이 1970년대 이후 30년간 성장을 이끌어왔다면 채 부회장은 최근 애경그룹의 공격적인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장 회장은 한국 여성 기업인을 거론할 때 항상 거론된다. 그는 1970년 별세한 창업주 남편(채몽인 애경유지 사장)의 뒤를 이어 1972년 애경유지 대표이사에 올랐고 이후 애경그룹을 종합화학, 유통기업으로 일궈냈다. 1999년 여성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됐다. 같은 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 성장을 일군 어머니, 변화를 주도하는 아들
2004년 장 회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선 이후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장 회장이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면 채 총괄부회장은 변화와 확장을 주도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2006년 제주항공 취항, 2007년 삼성플라자와 SMK면세점 인수에 이어 올해는 부동산 개발회사인 AMM자산개발을 설립하는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이끌었다. ‘재벌 2세’답지 않은 소탈한 스타일로 판단력과 추진력이 돋보이고 대외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을 듣는다. 장 회장과 채 총괄부회장 모두 언론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 ‘책임 경영’ 이끄는 3인의 부문 부회장
2006년 12월 애경그룹은 ‘부문 부회장 책임경영 체제’라는 독특한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회장과 총괄부회장 아래 3개 사업부문을 두고 각각의 사업부문을 부회장들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애경㈜과 제주항공 등이 포함된 생활·항공부문은 장 회장의 사위이자 채 총괄부회장의 매제인 안용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안 부회장은 1995년 적자였던 애경㈜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이듬해부터 흑자로 전환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애경㈜은 이후 12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성과가 없는 브랜드는 과감히 정리하는 ‘내실’ 경영으로 기업의 체력을 키우는 스타일이다.
채동석 유통·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은 1991년부터 그룹의 유통부문을 이끌며 그룹 안팎에서 ‘유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 회장의 둘째아들인 그는 형인 채형석 총괄부회장과 함께 삼성플라자 인수를 지휘하며 애경그룹의 유통사업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부규환 화학부문 부회장은 1986년 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6년 12월 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애경㈜을 거쳐 1995년 애경유화 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이 회사 사장을 지냈다. 수출, 영업, 구매 등 각 분야에 두루 밝은 그는 배짱이 두둑한 ‘뚝심형 CEO’라는 평을 듣는다.
○ 현장을 누비는 애경의 전문경영인들
최창활 애경㈜ 대표이사 사장은 1981년 애경 입사 이후 직장생활 대부분을 영업부문에서 보낸 ‘영업통’이다. 애경의 지방영업본부장, 세제영업부문 이사 등을 거쳐 2006년 사장에 취임했다. 사장에서 사원까지 같은 목표의식을 갖고 ‘함께 가는 기업 문화’를 강조하는 리더다.
애경화학 이수맹 대표이사 사장은 애경㈜과 애경PNC 등 계열사에서 관리, 생산, 영업 등을 두루 거친 뒤 2005년 애경화학 사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매년 목표실적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
도료와 강화플라스틱 채광판, 표면처리재 등을 생산하는 애경PNC는 유은재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다. 포스코 임원 출신인 유 사장은 1995년 애경PNC의 관리영업담당 전무로 영입됐다. 2001년 대표 취임 이후 매년 평균 1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애경정밀화학 대표이사인 김명박 부사장은 애경유화 공장장을 지낸 생산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이 회사 사장이 된 후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심상보 ARD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부동산 개발·관리 사업 부문의 주축이다. 다른 부동산관리 회사인 AK네트워크와 평택역사㈜, 수원애경역사㈜ 등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중부CC를 운영하는 애경개발은 장 회장의 셋째아들인 채승석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38세로 젊은 편이지만 그룹 내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면세점사업을 총괄하는 김병욱 AK글로벌 대표이사 상무는 2007년 인천공항 면세점의 2기 사업권(2008∼2015년)을 따내며 면세점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경영지원실장인 최영보 부사장은 애경의 살림꾼이다. 재무, 인사는 물론 신규사업 진출까지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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