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리 장사를 하면 어떨까? 우리만의 사업 말이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값진 경험이 될 것도 같은데.”
경민의 사업 제안에 친구들은 맞장구치며 좋아했다. 여름철에 간단하면서 잘 팔릴 수 있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기로 했다. 각자 기획 구매 영업 회계로 나눠 책임을 맡고, 전체적인 일은 함께 상의해 결정하며 힘든 일은 서로 거들어 주기로 했다.
경민은 저녁식사 때 부모님께 낮에 의논했던 일을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리시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야단치셨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그런 일도 한번 해 봐야 한다”면서 궁지에 몰린 경민을 구해 주셨다.
“참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하지만 사업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철저히 준비해도 실패할 수 있거든. 아빠가 경민이 사업에 고문 자격으로 조언을 해줘도 될까?”
아버지 말씀에 경민은 더욱 힘이 났고, 든든한 후원군을 얻은 것 같았다.
경민과 친구들은 각자 갖고 있는 돈으로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족한 돈은 부모님들을 설득해 빌리기로 했다. 사정을 다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흔쾌히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게다가 고문으로서 귀중한 조언까지 해 주셨다.
“기왕에 시작한 장사니까 정확히 하는 게 좋겠지? 우선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는 빌린 돈을 언제까지 갚을 것이며, 얼마의 이자를 줄 것인지 약속 증서를 써 주렴. 또 너희들 각자 낸 돈의 금액이 서로 다르니까 각자 낸 돈의 비율을 증서로 기록해서 잘 보관하는 게 좋을 거야.”
경민은 친구들과 의논해서 아버지 말씀대로 증서를 만들었다. 증서 끝에 각자 이름을 기입하고 서명할 때는 뭔가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경민과 친구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가며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탄력적으로 가격을 적용해서 아주 무더운 날에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약간 올려보기도 하고, 3개를 한꺼번에 사면 1개 더 끼워주는 전략도 사용해 봤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장소를 옮겨가며 그 앞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다.
경민과 친구들은 한 달간 아이스크림 사업을 마치고 이익금을 나누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회계를 맡은 친구가 지금까지 번 수입과 지출한 비용, 남은 이익금을 계산해 보고했다. 비용 명세에는 사업을 위해 빌린 돈과 이자가 포함돼 있었다.
남은 이익금은 각자 처음 낸 장사 밑천의 비율에 따라 나눠 갖기로 했다. 경민과 친구들은 각자 처음 낸 돈보다 많은 금액을 받게 돼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
이해: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기업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발행한다. 주식과 채권은 금융 시장을 통해 팔고 사는 대표적인 금융 상품이다.
주식은 어떤 회사(주식회사)에 자금을 투자한 사람에게 그 대가로 발행하는 일종의 소유 지분을 기록한 증서다. 어떤 회사 주식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회사의 영업실적이 좋을 때는 소유 지분에 따라 이익금을 배당받을 수 있지만 반대 경우에는 배당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손실에 대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하는 일도 생긴다.
채권은 채무자(돈을 빌리는 사람)가 채권자(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원금과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증서다. 따라서 채권에는 만기일, 원금(액면가), 지급이자가 기록돼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1년간 빌리고 연리 5%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약속한 채권의 소유자는 채권 만기일에 105만 원을 받게 된다.
만약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할 때 100만 원이 필요했다고 하자. 그 가운데 50만 원은 각자 낸 돈으로 마련했고, 경민이 이 중 20만 원을 부담했다면 소유 지분 40%의 주주가 된 셈이다. 경민은 그 대가로 최종 이익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받을 수 있다.
또 경민 아버지가 그 사업에 10만 원을 빌려주고 한 달 뒤에 11만 원을 받기로 한 약속 증서를 받았다면 만기 1개월, 액면가 10만 원, 월 이자 10%짜리 채권을 구입한 것이다. 경민 아버지는 채권을 구입한 대가로 한 달에 이자 1만 원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주식은 배당소득, 채권은 이자소득이라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주식과 채권 모두 금융시장에서 수시로 사고팔 수 있다. 낮은 가격에 샀다가 비싼 가격에 되팔면 그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이런 시세 차액을 ‘자본 이득’이라고 한다. 자본 이득은 주식과 채권 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익이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을 보유할 때는 수익뿐만 아니라 일정한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거나 자금을 투자한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고, 주식과 채권 가격이 구매 시점보다 하락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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