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오류)를 발견하면 버그의 몸값을 따져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출시를 앞둔 새로운 소프트웨어, 게임 등의 버그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버그테스트’ 얘기다. 버그테스트는 2001년 ‘퍼슨넷’으로 출발해 2005년 이름이 바뀐 테스트 전문 기업이다. 매출이 2005년 8억 원에서 지난해 6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테스트’라는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수 인력으로 틈새 공략에 성공’
노성운(38·사진) 사장이 ‘버그테스트’를 설립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2001년 자신이 운영하던 웹 애플리케이션(인터넷 등을 통해 웹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폐업해야 했던 노 사장은 한동안 원인을 찾느라 고심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예 버그를 찾아내는 서비스 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노 사장은 “한 기업의 성패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버그테스팅 서비스를 제공해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기업이 없도록 하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버그테스트 전문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처음엔 테스팅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했다.
하지만 불과 3년여 만에 ‘버그테스트’는 솔루션, 유틸리티의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 130여 명의 테스트 전문가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도 매년 2, 3배로 늘고 있다.
○ ‘펀(fun) 경영이 성공 비결’
노 사장은 스스로를 ‘뻔뻔(fun fun)한 쎄오(CEO)’라고 부른다.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인력 이동이 심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노 사장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버그테스트’에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직책이 하나 있다. 직원들을 늘 웃게 만드는 게 업무인 ‘웃음관리책임자(CFO·Chief Fun Officer)’다. 팀마다 CFO가 있을 정도다. 이들의 주 업무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펀 경영’으로 20%에 이르던 이직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존폐 위기를 맞았던 사업은 펀 경영 시행 첫해인 2006년 흑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노 사장은 매출의 10%를 펀 경영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직원의 60%가 고객사에 파견 근무를 하는 회사 특성상 노 사장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직접 ‘엽기적’인 복장을 하고 직원들이 일하는 고객사를 찾아가는 ‘펀 데이’ 행사도 한다.
최근 가전, 자동차, 항공기, 휴대전화 제조업체에서부터 포털, 금융기관, 정부까지 내부적으로 테스팅 조직을 갖추거나 외부 컨설팅을 받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테스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버그테스트는 한껏 고무돼 있다. 노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 금융 등 새로운 분야로 테스팅 범위를 넓혀 2010년까지 국내 소비자의 50%가 우리가 테스트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