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재계 파워엘리트]오리온그룹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먹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까지, 온갖 재미를 추구하는 기업.’ 오리온그룹은 ‘과자’로 출발한 기업이다.

고(故)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이 1956년 풍국제과를 인수해 동양제과공업㈜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과뿐 아니라 영화와 미디어, 외식, 스포츠복권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 그룹의 핵심은 ‘먹고 즐기는’ 것이다. 2001년 동양제과 등 16개 회사가 동양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오리온그룹이 출범했다. 동양그룹이 금융, 시멘트, 건설 등의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에 오리온그룹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발전시켰다.

현재 오리온그룹은 모회사인 ㈜오리온(옛 동양제과)을 비롯해 외식회사인 롸이즈온, 케이블·위성TV 채널을 보유한 온미디어, 영화 투자·배급회사인 미디어플렉스, 스포츠토토 등 32개 회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2조6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5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주력 기업이다.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써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 총 8개의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3억 달러(약 3090억 원)다.》

세상의 눈과 입을 즐겁게… 신바람 ‘부부경영’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동양시멘트에 입사한 1980년 이 전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장 겸 롸이즈온 대표이사와 결혼했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담 회장이 평소 ‘과자를 통한 먹는 즐거움에서 TV와 영화를 보는 즐거움, 나아가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모두 선사하는 그룹을 만들자’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담 회장은 제과기업이던 오리온그룹의 체질을 차근차근 바꿔 왔다.

○ 종합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성장

담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완을 발휘한 것은 1993년 동양그룹 부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담 회장은 200개가 넘는 제과 브랜드를 60여 개로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당시에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담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몇 년 뒤 외환위기 때 빛을 발했다.

오리온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미디어사업과 영화사업 등에 뛰어들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외환위기 당시 매물로 나온 케이블 채널들을 사들였다. 이를 토대로 온미디어는 현재 9개 채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가 됐다. 2003년에는 체육복표 수탁사업자로 선정돼 스포츠복권인 스포츠토토 사업도 시작했다.

이화경 사장은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엔진이다. “내 딸이라도 특혜는 없다”는 이양구 전 회장의 뜻에 따라 이 사장은 19세이던 1975년 동양제과에 사원으로 입사해 구매부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의 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영을 배워 나갔다.

이 사장은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 롸이즈온에 요일을 정해 돌아가며 출근한다. 늘 직원들과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하루 종일 영화에 빠져 영화사업을 구상하기도 하는 ‘현장형’ 지휘관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3년 전 한 인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초코파이를 먹는 장면을 본 이 사장이 다음 날 당장 패러디 광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 하루 만에 광고 제작을 마친 일화도 있다.



○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문 경영인들

김상우 ㈜오리온 대표이사 사장은 1987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줄곧 제과 마케팅을 해온 마케팅 전문가다. 1990년대 중반 스낵 제품에 딱지의 일종인 ‘따조’를 넣어 팔아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감자칩 후발주자였던 ‘포카칩’을 국내 감자칩 1위로 올려놓았다. 지난해는 ‘건강한 과자’를 강조하며 모든 과자 제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없앤 데 이어 올해는 균형 잡힌 영양을 내세운 과자 브랜드 ‘닥터유 컬렉션’을 선보였다.

오일호 스포츠토토 대표이사 사장은 동양제과 영업본부장이던 외환위기 시절 영업이익 극대화를 모토로 ‘영업의 과학화’를 이끈 인물이다. 당시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모든 영업사원에게 영업관리용 소형 컴퓨터를 지급해 영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2004년 스포츠토토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는 윤리강령을 수립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등 건전한 스포츠레저문화기업의 토대를 닦고 있다.

외식업체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즈온은 문영주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문 대표는 1995년 동양제과 외식사업담당 팀장 시절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인 베니건스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들여왔다. 현재 전국에 32개의 베니건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웰빙 퓨전 레스토랑인 마켓오를 인수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김성수 온미디어 대표이사 부사장은 오리온그룹의 첫 케이블TV 채널인 만화채널 투니버스 설립을 시작으로 캐치온, DCN(현 OCN) 등의 채널을 잇달아 인수해 온미디어를 국내 최대 MPP로 키워내는 데 중추가 됐다.

‘포카칩’, ‘스윙칩’ 등 스낵을 생산하는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은 정병윤 대표이사 상무가 이끌고 있다. 미국의 펩시코와 합작법인이던 스낵회사 오리온프리토레이의 지분을 2004년 ㈜오리온이 모두 인수하고 토종회사인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로 거듭난 이후 정 대표는 스낵 제품들의 해외 진출을 이끌고 있다.

유정훈 미디어플렉스 대표이사 상무는 LG애드(현 HS애드)에서 15년간 몸담은 광고인 출신이다. 2005년 미디어플렉스의 자회사인 메가박스 상무로 영입됐고 지난해 메가박스가 매각된 뒤 미디어플렉스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 ‘디워’와 ‘추격자’ 등을 흥행시키며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글로벌 오리온’ 길 닦는 해외법인 대표 3명 ▼

오리온그룹의 주력 회사인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액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1990년대 초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며 해외로 눈을 돌린 지 14년 만이다. 2010년이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국내를 넘어설 것으로 오리온 측은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오리온은 몽골과 동남아시아, 유럽을 핵심 공략 지역으로 삼고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세웠다. 해외법인 대표 3명이 각 지역의 중심에서 세계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주병식 러시아법인 사장은 중국과 러시아 사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오리온’의 기초를 닦은 해외영업 전문가다. 주 사장이 국내에서 해외사업을 맡은 15년간 ㈜오리온의 해외매출은 20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까지 해외사업을 총괄하다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하며 러시아 시장을 맡게 됐다.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김흥재 중국법인 사장은 1989년 ㈜오리온의 간판 제품인 초코파이에 ‘정(情)’ 콘셉트를 더해 히트시킨 마케팅 전문가다. 2001년 이후 줄곧 중국에서 근무했다. 김 사장은 ‘하오리유(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초코파이를 파이류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메가 브랜드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경재 베트남법인 부사장은 고졸 영업사원 출신으로 부사장까지 올랐다. 영업통답게 지난해 4월 베트남법인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매출액을 전년보다 2배로 늘렸다. 제과업계에서는 많은 제품을 내놓기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 부사장 특유의 영업스타일로 유명하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여름 휴가철 지면사정으로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를 다음 주부터 쉬다가 8월 중순 이후 다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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