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구미를 떠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시민이 많았잖아요. 이번 투자가 구미공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성이 크다고 봅니다.”
LG디스플레이㈜가 경북 구미공장에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9일 구미상공회의소 이동수(58) 회장은 “경제에도 심리적 안정감이 매우 중요하다. 디스플레이 산업과 직접 관계가 없는 구미공단의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10일 구미에 있는 LG비산복지관에서 이 회사 권영수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부터 3년 동안 1조3600억 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시 시미동 구미국가공단 3단지에 있는 6개 생산공장 가운데 6세대 생산라인 공장을 증설하는 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노트북 컴퓨터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고 있다.
6세대 LCD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돼 구미공장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증설 공사에는 연인원 20만 명가량이 투입되며, 가동에 따른 상시고용은 1500여 명으로 예상된다.
경북도가 LG디스플레이의 구미 투자 움직임을 파악한 때는 올해 4월. 구미공장을 염두에 두고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준비에 들어갔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은 지난달 4일 서울의 본사를 찾아가 권 사장과 면담을 하고 투자에 따른 세부계획을 논의했다.
LG 측이 경기 파주시에 신규 투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구미공장 쪽으로 마음을 정한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기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구미공단의 분위기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LG 측은 차세대 첨단 LCD 분야도 구미에 본부를 두고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김장호 투자유치팀장은 “구미공단의 노사화합 분위기 덕분인지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매우 높은 데다 LG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깊은 애정에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투자금액도 당초 1조 원에서 3600억 원이 더 늘었다.
구미 시민들은 2005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라 LG 측이 파주지역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자 항의시위를 벌였으나, 2006년 당시 LG필립스LCD가 대규모 영업손실로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이 회사 주식 갖기 운동을 벌여 20만8000주 정도를 사기도 했다.
남 시장은 “LG는 지역경제뿐 아니라 봉사활동, 생활체육 등으로 구미 시민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글로벌 기업인 LG가 구미를 둥지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