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의 등급을 책정하면서 인력 부족과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엉터리’ 신용평가를 했다고 9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개월간 조사해 8일 발표한 보고서에는 신용평가기관들이 모기지 관련 채권을 일관성 있는 과정에 따라 분석하지 않았으며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 애널리스트는 “(등급 책정에 이용된) 모델은 실제 리스크의 절반 정도밖에 측정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또 이들 3개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손실 예상금액을 자체 모델로 산출된 금액보다 적게 책정하면서도 이유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 3사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사전에 예상하고서도 평가기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신문은 2006년 12월 애널리스트 두 사람이 “신용평가기관들이 부채담보부채권(CDO) 시장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우리 모두 부자가 되고 주택시장이 쓰러지면 은퇴하자”는 e메일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언급한 애널리스트들이 3사 중 어느 곳 소속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리서치 회사인 그레이엄 피셔의 조슈아 로즈너 애널리스트는 “위원회의 보고서는 익명의 인용이 많아 어떤 신용평가회사가 어떤 잘못을 얼마나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시장과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방법은)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3대 신용평가 기관들이 이에 앞서 이미 “신용등급 책정 실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보고서가 나옴으로써 신용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