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은품, 여름세일 유혹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유명 디자이너 제품 인기… “시대별 소비풍속 반영”

백화점 업계가 지난달 27일부터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에 돌입한 가운데 백화점들의 사은품 경쟁이 뜨겁다.

롯데백화점은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디자인한 캐리어백과 바캉스백, 비치타월을 사은품으로 내놨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3만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주는 왕골가방 1만5000개가 세일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동나 추가로 1만5000개를 주문했다. 현대백화점은 패션디자이너 김영주 씨와 아트디렉터 이상진 씨,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이푸로니 씨가 제작에 참여한 비치백 3종을 사은품으로 주고 있다.

○ 껌 1통에서 아파트까지

백화점들은 대개 세일 두 달 전부터 사은품을 준비하며 품목을 정하는 회의에 고객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마케팅팀장은 “백화점 상품이 대체로 비슷해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사은품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고급화되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은품 제작에 유명 디자이너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사은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1960년대 설탕, 버터 등 당시 귀했던 생필품을 사은품으로 줬다. TV 보급률이 낮을 때여서 1964년 12월 한 일간지에는 ‘7대의 19인치 고급 텔리비셋트는 누구에게?’라는 제목의 백화점 경품 광고도 실렸다.

1970년대에는 복주머니와 표주박 같은 민속품, 크레파스나 풍선 등 어린이용품이 등장했다. 설에 토정비결을 봐 주거나 어린이날에 컬러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최초의 사은품은 1980년 창립 1주년 기념행사에서 5000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준 50원짜리 ‘롯데 껌’ 1통이었다. 1만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100원짜리 ‘롯데 마스로만 쏘세지’ 1봉지를 줬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이불과 냄비 등이 인기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에는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통 큰’ 사은품들이 등장했다.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의 한도를 없앤 것도 한몫했다.

롯데백화점은 1998년 10월 쌍용건설과 함께 29평형 아파트 1채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서울 5개 점포에서 98만 명의 고객이 응모했다. 자동차와 해외여행권도 경품으로 나왔다.

○ 억대 구매고객에겐 전세기 이용권

2000년대 들어서는 참살이(웰빙)가 소비 키워드로 떠오르자 사은품도 ‘친환경 타월’, ‘소금 목욕제 세트’, ‘유기농 헤어세트’ 등으로 고급화됐다.

최근 유가가 크게 오르자 현대백화점은 3만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지하철 승차권을 주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해 주고 있다.

백화점에서 연간 수억 원어치를 구매하는 극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사은품도 있다. 그동안 상품권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용 전세기 이용권, 세계일주 크루즈 50일 여행권, 스포츠보트, 미술품 등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사은품이 나왔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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