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영국 축구팬들은 주말이면 마을의 펍(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함께 축구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됐죠.
그런데 기업화된 프리미어리그는 TV 중계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시즌부터 경기시간을 기존보다 3∼4시간 앞당겼습니다. 인도 등 동양권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영국인들은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낮 12시경부터 ‘낮술’을 마시는 일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영국에선 지나친 음주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축구 중계 때문’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방송·통신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많은 부분이 차례로 영향을 받습니다.
국민의 여가생활과 문화, 심지어 건강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영업 경기에도 파급 효과가 생겨납니다. 디지털TV와 휴대전화의 판매량이 오르내리며 산업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한국의 방송·통신 시장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보는 인터넷TV(IPTV)가 곧 등장합니다. 기존의 케이블TV, 위성방송은 팽팽한 긴장 속에 IPTV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앞서 탄생한 뉴미디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여러 갈등관계 속에 고사(枯死) 상태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갈등이 커진 탓이죠.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숙제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고착화된 방송광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대신 광고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영방송은 공적 책무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재원과 범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동시에 방송, 통신, 신문 등 미디어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겸영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시장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건강한 여론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연계 고리의 정점에 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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