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방향 영향력 미미… 주가 하락폭만 키울뿐”
유동성 풍부하게 하고 위험 분산 긍정 효과도
최근 증권가에서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겼으며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공매도의 영향이 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는 지난달 9일 3만1450원까지 치솟았지만 한 달 뒤인 이달 9일 2만2550원까지 주저앉아 28.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6% 내렸다. 실제 하이닉스반도체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종목별 공매도 현황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누적 공매도 주식이 828만 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이 기간에 거래된 하이닉스반도체 주식의 12.22%에 해당한다.
○ 외국인이 주로 활용
대차거래는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예탁결제원이나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리는 거래를 말한다. 이렇게 빌린 주식을 실제 파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내리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리더라도 배당수익은 대여자에게 반납해야 한다. 의결권은 일단 차입자에게 넘어가지만 대여자가 요구하면 의결권을 돌려줘야 한다. 통상 의결권은 대여자가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는 1996년 대차거래가 도입됐으며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각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준다. 이 중 예탁결제원이 빌려주는 주식이 전체 대차주식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액은 2006년 말 6조3623억 원, 2007년 말 15조8730억 원, 올해는 10일 현재까지 25조2940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차거래는 대부분 외국인이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차거래로 체결된 주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나 된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대차거래는 헤지펀드가 주로 사용하는 투자 기법으로 국내에서는 헤지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아 대차거래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국내 전체 시장에서 대차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장 전체 매도금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월평균 3.1%다. 미국에서는 전체 주식거래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차거래하면 덜 먹고 덜 잃어”
증권 전문가들은 대차거래는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가령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했다면 주가가 올라야만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종의 경기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식을 대차거래하면 주가가 떨어져도 이익을 볼 수 있다.
대신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주식을 사기만 하면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곧바로 결정되지만 대차거래를 하면 덜 먹고 덜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대차거래는 때로 시장을 왜곡시키기도 하지만 유동성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 하락과 관련해 대차거래가 증시 하락을 이끈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대차거래 자금은 전체 거래 자금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차거래가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기는 힘들다”며 “대차거래로 주가가 하락했다기보다는 대차거래로 주가 하락폭이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