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다시 미국발(發)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구제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이에 대한 불안감만 커졌다. 정부 대책만으로 미국의 금융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오히려 올해 3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사태보다 충격파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잇달아 나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미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지켜보면서 우량주를 선별해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미국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의미”
한국투자증권은 15일 보고서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모기지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기관”이라며 “이들의 지급불능 사태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하는 만큼 금융기관 하나의 파산에 불과했던 베어스턴스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서둘러 진화하려 한 것이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장에서는 긴장의 수위를 잔뜩 높였다. 여기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여 투자심리를 한층 악화시켰다. 외국인이 이날로 2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것도 시장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올해 3월만 해도 최악의 신용 위기는 끝났다는 기대감이 많았는데 가면 갈수록 위기가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악재들에 대한 돌파구가 안 보인다는 점이 시장을 패닉(panic)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모기지 기관들의 이번 부실 사태는 한국 등 아시아 금융기관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6월 말 현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투자 규모는 약 55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히면서 금융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신한지주가 5.22%, 우리금융도 6%가량 급락했다.
일본의 미쓰비시UFJ도 두 모기지 기관의 채권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최근 4개월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번 사태가 전 세계 대형 은행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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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호전주 등 보수적 투자전략 필요
증시 전문가들은 해외 변수에 따라 증시 움직임이 급변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실적호전주나 경기방어주 등을 주목하면서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럴 때는 증시 바닥이 확인될 때까지 보수적 투자전략이 필요하며 낙폭이 컸던 주식 또는 실적호전주 인플레방어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 박희운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발 악재에 대한 실망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온 지금은 바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는 패닉 국면”이라며 “지수를 대표하는 종목에 매달 일정 비율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 편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이 와중에 겁에 질려서 추격 매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하반기에 시장에서 견딜 수 있는 인플레이션 관련 주식이나 경기방어주를 위주로 종목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