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중최저치 경신… 외국인 28일째 순매도
부시정부 무기력… 美부동산 하락세 멈춰야 진정
코스피지수가 16일 이틀 연속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개장 전 국제유가의 급락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위기가 잠시 진정되는 것 같았던 미국 금융위기의 뇌관을 다시 건드렸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반등의 촉매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파장이 생각보다 깊고 마땅한 해결 방안도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 외국인 16일 4367억 팔자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3포인트 떨어진 1,507.40으로 거래를 마쳐 15일 세운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1,509.33)를 다시 갈아 치웠다. 이날 지수는 국제유가가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는 소식에 9.24포인트 오른 1,518.57로 출발했지만 미국 신용위기의 확산 우려가 지속되면서 다시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전 한때는 20.58포인트 떨어진 1,488.75까지 내려가 연중 장중 최저치 기록(1,495.44)마저도 경신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국내주식을 투매하다시피 했다. 최근까지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보통 하루 2000억 원대 수준이었지만 이날은 4367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8거래일째 순매도 행진.
외국인들의 급격한 자금 회수도 미국 신용위기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많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모기지기관의 부실 채권을 들고 있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흥시장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채권을 일부 갖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제적 신용경색에 따른 외국인의 자금이탈이란 뜻이다.
물가상승과 하반기 경기악화 전망, 건설업 침체,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 등 국내적 요인들도 주가 반등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돼야 한국 증시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 신용위기, 출구가 없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마저 “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며 나서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성의를 시장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처음 발발했을 때 미국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다. 또 올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사태 때도 미국 정부는 즉각 개입했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모르핀 주사만 놓고 근본적 처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미국 정부가 내놓는 ‘특단의 조치’에는 이제 금융시장이 반응조차 안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정부 조치는 약발이 안 먹히고 이젠 실제로 모기지 부실이 줄어야 주가가 반등 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미국에서 집값 하락이 멈추거나 돈 빌려 집을 산 사람들에게 채무 상환 능력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표는 비관적이다. 올 4월 미국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15.3% 하락했다. 또 최근 6개월 연속으로 고용이 줄어들면서 미국인들의 돈 갚을 능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 같은 현 상황에 대해 “신용경색과 집값 하락, 고용악화와 고유가 등으로 미국 경제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92.65포인트(0.84%) 내린 10,962.54로 마감됐다. 11,000 선이 무너진 것은 2006년 7월 25일(10,999.90)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