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성공 그후…LG 웃고 모토로라 우는 이유

  • 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결혼식 때 찍어 놓은 비디오를 거꾸로 돌리면, 부부가 함께 등장해 반지를 손가락에서 뺀 뒤 각자 퇴장하는 내용의 ‘이혼식’ 비디오가 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국내 한 연구소가 몇 년 전 작성한 ‘모토로라 재기의 비결’ 보고서를 다시 읽으며 ‘휴대전화의 맹주’ 미국 모토로라가 최근 몰락한 원인을 그려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1996년 ‘스타텍’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한 모토로라가 (2004년) 기존의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레이저 V3’를 내놓으며 상황을 반전시켜 재기(再起)에 성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최근 1년여 만에 세계 2위에서 5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고전(클래식)이 된 레이저 V3의 디자인에 집착하다 후속작을 내놓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결국 모토로라는 ‘스타텍’의 관행을 깨 성공했다가, ‘레이저’의 관행을 깨지 못해 몰락한 셈입니다.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혁신을 방해하는 이른바 ‘성공의 저주’에 발목이 잡힌 것이죠.

2분기(4∼6월) 실적에서 모토로라를 제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LG전자는 성공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LG전자는 2005년 내놓은 블랙라벨 시리즈 1탄인 ‘초콜릿폰’이 전 세계에서 1850만 대가 팔려나가는 사상 최대의 성공을 거둔 뒤, 1탄의 ‘성공의 추억’을 완전히 잊기 위해, 전혀 다른 콘셉트를 가진 3, 4개 팀을 후속모델 개발에 무한 경쟁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뒤 살아남는 제품을 후속작으로 정했죠.

그래서 2006년 등장한 것이 샤인폰입니다. 850만 대가 팔려나간 이 휴대전화는 ‘블랙+레드’로 감성을 살린 초콜릿폰과는 전혀 다른 금속 재질의 디자인입니다.

LG전자는 블랙라벨 3탄 개발에도 똑같은 방식을 도입해 탄소섬유와 강화유리 재질의 시크릿폰을 올해 탄생시켰죠. 이 회사 관계자는 “성공을 거둔 기존의 디자인을 전면 부정한 블랙라벨 1, 2, 3탄은 LG전자식 제품 혁신의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바퀴를 멈춘 자전거는 쓰러질 수밖에 없듯이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은 퇴보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기업이 과거 성공에 대한 추억에 집착하는 것은 ‘달콤한 독약’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김용석 기자 산업부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