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소사실별 판결에 모순”
16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인 민병훈 부장판사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박수가 나왔다.
법원 직원들이 자제를 요청하자 박수는 그쳤지만 일부 방청객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공판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오후 1시 반 예정된 선고공판 30분 전부터 좌석 150석이 모두 찼다. 100여 명의 취재진과 방청객들은 서서 판결을 들어야 했다.
재판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던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 등 임직원들의 표정은 희비가 엇갈렸다. 선고 말미에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이들은 안도감을 표했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이 전 회장은 선고가 끝난 뒤에도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한참 설명을 들은 뒤 법정을 나섰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 특히 기자 여러분께 폐 많이 끼쳐서 죄송합니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준웅 특검은 “재판부가 삼성SDS 사채의 저가 발행에 관한 회사의 손해액을 근거 없이 적게 잡고 면소(免訴)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소사실별 판결 간에 모순이 발생했다”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날 선고공판 직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재판부의 무지와 특별검사의 책무 방기가 겹쳐진 참극이다”라며 “특히 특검이 삼성 쪽 변호인의 알량한 항변조차도 물리치지 못할 정도로 수사 내용이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망스럽다. 더 이상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