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는 4월 초 LG텔레콤이 시작한 서비스. 휴대전화 단말기의 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컴퓨터에서와 같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SK텔레콤과 KTF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통신사들이 마련해 놓은 '준' '핌'과 같은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글, 동아닷컴 등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매우 편리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사실 달갑지 않은 서비스다.
SKT KTF등은 '준' '핌'등에 콘텐츠를 보여주는 대가로 수백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 LG텔레콤 역시 '이지아이' 등의 서비스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으나 1, 2위 사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과감히 이를 포기했다.
LG텔레콤과 LG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시크릿폰은 기존 '아르고' '캔유' 등에 이어 5번째로 시중에 나온 '오즈폰'.
'그동안 LG텔레콤이 내놓은 단말기 중 가장 고급스럽다'는 입소문이 퍼졌지만 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중에서는 아직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부 해외에서 구입해 사용해본 누리꾼들이 사용기를 인터넷에 올리는 정도.
동아일보가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LG텔레콤으로부터 단말기를 대여해 요모조모 뜯어보고, 작동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LG텔레콤의 '한풀이'
2004년경까지만 해도 LG텔레콤은 '3류'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신제품을 만들 때 일단 SK텔레콤이나 KTF용으로 먼저 개발한 뒤, 제조비를 뽑고 난 다음 LG텔레콤용 단말기를 납품했다.
LG텔레콤은 가입자 수가 두 통신사에 비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주지도 못하면서 매일 와서 "신제품 달라"고 징징대는 '천덕꾸러기'였다.
"LG전자는 그래도 같은 그룹사니까 배려를 해 주지 않았을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LG텔레콤 관계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LG전자가 더 해요."
생각다 못해 LG텔레콤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카시오사의 '캔유' 시리즈를 가져와 'LG텔레콤 전용폰'으로 팔았다. 부품을 들여다 한글 운영체제를 끼워 팬택이 조립해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설움을 받던 LG텔레콤 임직원들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2월, 가입자 수가 600만 명이 넘어서면서부터였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이제 더 이상 LG텔레콤을 무시하지 못했다. SKT, KTF에 앞서 LG텔레콤에 먼저 납품되는 단말기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남용 사장은 '강한 리더십'으로 몸짓 불리기에 사운을 걸었다. LG텔레콤 임직원들은 체력이 바닥나기 일보 직전까지 매일 격무에 시달리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가입자 유치를 위해 뛴 결과였다.
급기야 LG텔레콤은 올해 4월 가입자 800만 명을 넘어섰고, SKT KTF가 '함부로 따라하지 못할' 사실상의 무선인터넷망 개방 조치인 '오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올해 말까지 가입자 100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시크릿'
이번에 LG텔레콤 전용폰으로 내놓은 '시크릿폰'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LG텔레콤 직원들의 얘기.
'뭐든지 믿는 대로 이뤄진다'는 내용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시크릿'처럼, 이 단말기에는 LG텔레콤 임직원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
'LG텔레콤은 안 터진다' '요금 싼 맛에 쓴다'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럭셔리' 이동통신 서비스로 거듭나고 싶다는 것이다.
'시크릿폰'은 LG텔레콤의 '시크릿'이 될 수 있을까.
단말기를 받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역시나 '고급스럽다'는 것이었다.
케이스가 강화유리와 탄소섬유로 이뤄져 있어 외관은 명품 화장품 케이스를 연상케 한다.
디스플레이 부분의 유리에는 미세한 굴곡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단말기를 높이 들어 먼 곳의 물건을 반사시켜 봐도 유리에 맺히는 상(像)이 일그러지지 않는다.
볼륨조절 버튼과 '무빙 터치' 버튼 등 단말기 옆쪽에 달려 있는 버튼 역시 고급 수입자동차 내부의 조작 버튼을 조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자동 슬라이드는 적당한 힘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정확한 위치에 멈춘다.
운영체제는 기존 싸이언 시리즈와 큰 차이 없다.
전화번호부, 메시지, 알람/일정, 멀티미디어, 편의기능, 소리, 화면, 휴대폰 설정 등 크게 9가지 메뉴로 나뉘어 이다.
디스플레이 바로 아랫부분의 바로가기 버튼도 메시지, DMB, 일정관리, 뮤직온 등 4가지로 기존 싸이언 단말기와 차이는 없지만 메시지 버튼이 기존 위쪽 버튼에서 오른쪽으로 바뀌는 등 버튼 위치는 다소 바뀌었다.
키패드의 버튼 크기는 적당하다. 다른 단말기에 비해 보다 낮은 압력만으로도 작동이 되지만, 의도하지 않은 버튼이 잘못 눌리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즈폰'을 사는 이유는 역시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준'이나 '핌'과 같은 이동통신사들이 만들어 놓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동아닷컴, 네이버 등을 이용하는 맛은 PC통신을 사용하던 사람이 초고속 인터넷을 접할 때 해방감과 비슷하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역시 휴대전화. 오즈폰으로 하는 인터넷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과 똑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고속 인터넷 보다는 느리다. 한 화면을 표시하는데 약 5초 정도 시간이 걸린다.
화면이 작기 때문에 확대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글을 읽기가 쉽지 않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주소 입력도 불편하다. 키패드나 터치스크린으로 주소를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주소 입력 불편은 시크릿폰에 와서 일부 해결됐다. 아르고폰은 직접 주소를 입력하는 기능을 내세웠으나 시크릿폰은 아예 '구글'을 첫화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고 싶으면 기존에는 영문과 기호를 찾아 헤매며 'www.donga.com'을 입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나 시크릿 폰에서는 단문 메시지(SMS)를 보내는 기분으로 검색 창에 '동아일보'를 치기만 하면 된다.
시크릿폰의 '무빙 터치' 메뉴는 휴대전화의 편이성에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
기존 휴대전화에서 게임은 말 그대로 부가적인 기능이었으나 시크릿폰은 게임 메뉴를 선택하는 순간 꽤 괜찮은 게임기로 변신한다.
동작센서 기능으로 하는 다트와 야구, 낚시 등의 게임은 단순하지만 중독성이 있다.
팔을 휘둘러 공을 때리고 해머를 던지는 재미, 물고기가 낚였을 때 느껴지는 손맛. 이쯤 되면 '휴대용 닌텐도 위'라고 부를 만 하다.
●시크릿폰, LG텔레콤의 '프라다' 될까
LG텔레콤이 시크릿폰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LG텔레콤용 단말기로 이처럼 고급스러운 제품이 나온 것은 그동안 드물었기 때문.
'프라다폰'이 LG전자의 싸이언을 럭셔리 제품군에 올려놓는 역할을 했듯, '시크릿폰'이 LG텔레콤의 위상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