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캐럴 교수 “M&A 전제조건 문화를 합치세요”

  • 입력 2008년 7월 19일 02시 59분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실패하는 원인은 대부분 서로의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가 합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매출이 얼마나 늘 것인지가 아니라 조직문화를 어떻게 통합할까 하는 점입니다.”

조직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인 글렌 캐럴(사진)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캐럴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도 M&A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조직문화 측면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시장 점유율을 올린다든지 회사 몸집을 불리겠다는 목적만으로 이루어지는 M&A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1998년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 간 M&A를 들었다.

“엔지니어 중심 기업인 다임러벤츠와 경영인 중심인 크라이슬러의 통합은 당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합병이 가져올 자동차 생산대수 증가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이질적 문화의 두 기업을 통합시키는 시도는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임러벤츠는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지 9년 만인 2007년 크라이슬러를 사모펀드인 서버런스에 74억 달러에 팔았다.

캐럴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굵직한 M&A 건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에 미국계 다국적기업 존슨앤드존슨의 M&A 모델을 참조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존슨앤드존슨은 M&A를 시도하기 전에 자사(自社) 기업문화를 먼저 정의한다. 그 다음 인수하려는 회사의 기업문화를 살펴보고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경우만 M&A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또 “HP와 컴팩도 2002년 합병 당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됐다. 조직문화도 완전히 바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며 “이런 시도가 이뤄져야 성공하는 M&A가 (한국에서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번이 첫 방한인 캐럴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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