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인 글렌 캐럴(사진)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캐럴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도 M&A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조직문화 측면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시장 점유율을 올린다든지 회사 몸집을 불리겠다는 목적만으로 이루어지는 M&A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1998년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 간 M&A를 들었다.
“엔지니어 중심 기업인 다임러벤츠와 경영인 중심인 크라이슬러의 통합은 당초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합병이 가져올 자동차 생산대수 증가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이질적 문화의 두 기업을 통합시키는 시도는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임러벤츠는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지 9년 만인 2007년 크라이슬러를 사모펀드인 서버런스에 74억 달러에 팔았다.
캐럴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굵직한 M&A 건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에 미국계 다국적기업 존슨앤드존슨의 M&A 모델을 참조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존슨앤드존슨은 M&A를 시도하기 전에 자사(自社) 기업문화를 먼저 정의한다. 그 다음 인수하려는 회사의 기업문화를 살펴보고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경우만 M&A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또 “HP와 컴팩도 2002년 합병 당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됐다. 조직문화도 완전히 바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며 “이런 시도가 이뤄져야 성공하는 M&A가 (한국에서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번이 첫 방한인 캐럴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