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하는 자리 뒤에 베어스턴스의 주가 그래프를 붙여 놓은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잊지 말자는 의미도 아니고,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 부족했던 점을 스스로 반성하기 위한 차원도 아니다. 진짜 이유는 공매도(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에 의해서도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베어스턴스는 과거 미국 투자은행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에도 승승장구했다. 2001년 경기 침체기부터 2003년 2월까지 미국의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상승 추세를 탄탄하게 유지해 왔다.
하지만 초우량 기업이었던 베어스턴스의 주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2007년 초 주당 17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2008년 3월에는 2.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6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베어스턴스 주식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가 돈을 잃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도 베어스턴스 주식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은 대박을 냈다.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과거 외국의 헤지펀드 등의 전유물이었던 ‘주식 공매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헤지펀드의 전략들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여의도에서는 헤지펀드 전략을 연구하기 위한 학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국내에서는 주가가 내림으로써 이익을 얻는 도구나 참여자들이 매우 적다. 선물과 옵션이라는 매개체가 있긴 하지만 개인 및 기관투자가의 절대 다수가 주가가 올라야만 수익을 얻게 되는 도구만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가 하락이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주식보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큰 파생상품 투자나 레버리지(지렛대) 투자를 권유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노출되고 경쟁관계에 있는 이상 더 많은 투자수단을 보유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 우리 재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