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일 연속 하락… 한국경제 한숨 돌리나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물가 ‘햇살’ 비치니 수출에 ‘그림자’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최대 악재인 고유가 상황이 일정 부분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유가 안정은 ‘고유가→석유제품 및 원자재 값 상승→국내 물가 상승 및 경상수지 적자 확대→경기 둔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동지역의 정치 상황이 불안한 데다 태풍으로 정유시설이 손상을 입을 우려가 제기되는 등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의 경제 침체로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유가 하락을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 “당분간 석유 수요 줄어들 것”

1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29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배럴당 5.31달러(3.9%) 내린 129.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先物) 가격은 이달 14일 이후 3일(거래일 기준)간 배럴당 15.89달러(11%) 하락했다.

또 17일 싱가포르 원유 현물(現物)시장에서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전날보다 배럴당 2.97달러 급락하면서 131.0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5일 “미국 경제성장이 상당히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커지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사실상 인정해 유가 급락세를 부채질했다.

실제 최근 4주 동안 자동차용 휘발유 수요가 하루 평균 930만 배럴로 1년 전보다 2.1% 줄었다. 미국 경제분석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자동차와 경트럭 판매량 전망치를 기존 1470만 대에서 1440만 대로 낮추기도 했다.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휘발유 소비량이 대폭 줄 것이란 전망이 대세인 셈이다.

○ 한국 경제 ‘가뭄에 단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로 대변하듯 한국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유가가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일단 성장률을 높이고 석유제품 가격을 안정시켜 물가 상승세를 막을 수 있는 호재로 보인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수립하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120달러 정도 될 것이란 점을 전제로 올해 성장률 4.7%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4.5% 전망치를 내놨다.

유가 급등세로 이런 전망치도 수정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유가 하락세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다음 주에는 배럴당 120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유가가 떨어지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둔화돼 한국의 수출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수출 한국’에는 나쁜 소식이다.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5월 기준 3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이미 3.1% 감소한 상태다.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 비중이 12% 선으로 크게 높지는 않지만 미국 경제 불황이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경우 한국도 큰 타격을 입는다.

○ 중장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세워야

당초 정부는 초고유가 상황에 대비해 석유 수급에 30% 이상 차질이 생길 경우 석유배급제를 실시하고 휘발유 및 경유 판매가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2단계 위기관리계획’을 마련해뒀다.

유가가 최근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단기 수급대책 위주의 이 계획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에너지 다(多)소비구조를 절약형으로 개편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연료의 사용량을 늘리는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란 핵문제가 불거지거나 허리케인으로 정유시설이 파괴되는 등의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 수급난에 대비하는 한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긴 안목에서 수립해 단계적으로 실천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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