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한국 경제 및 기업들의 성장세가 떨어지면서 투자 매력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과도했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정상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외국인은 18일 주식시장에서도 약 1800억 원어치를 팔아 사상 최장 기간(3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 4년간 14%포인트 하락
17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은 30.30%다. 사상 최고치였던 2004년 4월 26일 44.12%에 비하면 14%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1992년 국내 증시가 처음 개방됐을 때만 해도 외국인들은 종목별로 일정 한도 이상 주식을 사지 못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달러 유입을 늘리기 위해 제한을 없애면서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의 값싼 주식을 대거 매집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는 한국이었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는 활성화됐지만 부작용도 하나 둘 생겼다. 2003년 소버린이 SK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았다. 기업들은 외국인 주주의 배당을 챙겨 주느라 설비투자나 고용창출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이 60%대까지 치솟으면서 가계대출 확대 등 단기 수익성 위주의 은행경영에 치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4년 말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비중이 해마다 떨어진 것. 이 같은 현상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나빠진 결과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싱가포르법인 이남우 전무는 “외국인 보유 비중의 하락은 아시아권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주식에 대한 메리트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자칫 외국인 지분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환율 급등과 국가 신인도 하락을 유발해 경제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 투자 매력 줄었지만 긍정적 측면도
반면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인도, 동남아 등 다른 신흥시장이 자본시장을 뒤늦게 개방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내다팔고 신흥국가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당시 한국 경제가 특별히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국가 간 개방화 시기의 차이로 인한 현상이라는 뜻이다.
고려대 이만우(경영학과) 교수는 “2004년 40%대 중반까지 갔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과도했던 측면이 있는 만큼 최근의 지분 하락은 이를 해소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증시의 외국인 지분은 각각 13%, 26%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위협이 줄어 안정된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또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는 거꾸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싼값에 한국 기업의 우량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