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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 뒤 “라디오”라고 말하면 라디오 전원이 켜진다.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고 싶으면 주파수 버튼 대신 음성명령 버튼을 누르고 “FM 95.1”을 외치면 교통방송(수도권 기준)을 들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전화도 말만 하면 곧바로 작동한다.
김 씨는 “고교시절 인기를 끌었던 TV 시리즈 ‘전격 Z작전’에 나온 첨단 자동차 ‘키트’를 타던 주인공이 된 느낌”이라며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똑똑해지고 있다. 각종 편의 장치를 잇달아 장착하면서 단순히 운전자나 승객을 수송하는 ‘기계’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춘 ‘첨단 장비’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다 항공기나 우주선 등에 적용하는 첨단 안전장치까지 갖춰 내구성이나 안전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 “손과 발에 자유를….”
폭스바겐코리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과 중형 세단 ‘파사트’에 정차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 홀드’를 장착하고 있다. 이 장치가 있으면 밀리는 시내 도로에서 정지했을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정지한다. 언덕길에서도 작동하는 만큼 차가 밀려 내려오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고급 차종도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랜드로버는 7인승 SUV인 ‘디스커버리3’에 내리막길 제어장치인 ‘HDC’를 기본으로 장착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내리막길에서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이때 운전자는 핸들로 차체 방향 조절만 하면 된다. 최근 고급 SUV는 대부분 이 기능이 들어간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하고 있는 ‘SM’시리즈에는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이 있어 운전자가 의자에 몸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탑승할 때 미리 저장된 운전 자세 데이터에 맞도록 운전석 위치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푸조의 해치백 모델들은 대부분 비 오는 날 후진할 때 뒷 유리 와이퍼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후진할 때 뒷 유리창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쌍용자동차가 선보인 ‘체어맨W’에도 현대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라디오나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간단한 음성 명령어로 조작할 수 있는 ‘음성 인식시스템’이 있어 운전자가 이들 기기를 일일이 손으로 작동하는 수고를 덜고 있다.
○ 더 안전하고 조용하게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도 많이 등장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적으로 조절해 추돌을 방지하는 ‘차간 거리 조절 시스템’이나 차선을 이탈할 때 경고음을 내는 ‘차선 이탈 방지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사례.
차간 거리 조절 시스템은 현대차 ‘제네시스’에 달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눈에 띈다. 이 장치는 차량 앞에 달린 레이저 센서로 차간 거리를 측정해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엔진 및 브레이크를 스스로 제어한다. 쌍용차 ‘체어맨W’도 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파 관련 법규 때문에 이 기능을 국내에 도입하지 못했던 수입차들도 곧 들여올 계획이다.
차선 이탈 방지시스템은 BMW와 볼보가 유명하다. BMW의 차선 이탈 경고 장치(LDWS)는 차량이 시속 70km 이상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거나, 브레이크 조작 없이 차체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옆 차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진동이 운전대에 전달된다. 졸음운전이나 급차선 변경에 대한 경고를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보내는 셈.
볼보가 개발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DW)도 비슷한 장치. 이 장치는 차량 룸미러 뒤에 장착된 광각 카메라가 주행 방향을 확인해 졸음운전 등으로 정상적인 주행 궤도를 넘어서는 운전 패턴이 감지되면 경고음을 울린다.
군사 기술을 응용한 소음 방지 장치도 있다.
혼다가 개발한 ‘ANC 시스템’은 시끄러운 헬기나 잠수함에 적용하는 소음 제거 장치로 차량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 대역의 파장을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시킨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