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현장에서/‘미쓰비시의 교훈’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이 이달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을 찾았다. 미쓰비시의 한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마스코 사장은 “한국 시장에 팔 차는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쟁력이 있는 수준에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국내 수입차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동급 국산차 모델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미쓰비시가 국내에서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만큼 마스코 사장이 말한 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싼 가격’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런 분석은 기자회견 직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미쓰비시의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MMSK 최종열 사장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일부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선보일 모델들을 ‘깜짝 놀랄 만한’ 가격에 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행사가 끝난 후 국내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1973년 현대자동차에 기술을 전수해줘 한국이 자동차 강국(强國)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던 미쓰비시가 한국에서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 ‘제로센’을 만든 미쓰비시의 ‘굴욕’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자동차전문가는 “미쓰비시는 1870년부터 자동차를 만든 아시아 최고(最古) 자동차회사지만 2000년대 이후 차체 결함 은폐 사건 등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서 쇠락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뒤처지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잦은 파업에 따른 출고 지연과 해외보다 국내시장에 비싸게 파는 관행 등이 겹쳐지면서 미쓰비시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이 최근 “고객의 실망과 국민의 지탄이 어떤 피해로 되돌아올지 너무나 두렵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송진흡 기자(산업부)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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