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럭셔리SUV의 진화를 실험하는 BMW X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2t의 SUV가 ‘미끈한 쿠페’의 라인을 입다

‘스포츠쿠페+SUV=X6’.

BMW가 자동차회사 중 처음으로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라고 명명한 ‘X6’의 제조 공식이다. 지프형 차량의 진화는 끝이 없다. RV, SUV, LUV, CUV, SAV에 이어 SAC까지.

도대체 자동차회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삶이 고단한 소비자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도록 왜 이런 암호 같은 알파벳의 조합을 내놓는지 모르지만 이번에 나온 X6는 좀 독특하다.

○ 쿠페 느낌의 SUV

BMW의 X5는 럭셔리 SUV의 대표주자다. 동급 모델 중에 가장 판매가 많은 모범생이지만 경쟁 회사들이 만만치 않은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이 다소 희석된 면이 없지 않다. BMW는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었는지 X5의 몸통에 6시리즈 쿠페의 옷을 입혔다.

쿠페와 SUV의 동거는 자칫 캐시미어 슈트에 군화를 신은 것처럼 어색해질 수도 있지만 BMW의 디자이너들의 실력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윗부분은 미끈한 쿠페의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SUV의 하체로 이어지는 연결이 유기적으로 매끈하게 마무리됐다. 물론 평가는 소비자의 몫이다.

실내는 넓지만 4인승 전용이다. X5처럼 7인승으로 확장할 수 없도록 돼 있다. ‘7명이나 탈 수 있는데 그게 무슨 쿠페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포석인 듯하다. 대신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와 옷가방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편의장비는 럭셔리 세단급이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앞 유리창에 띄워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상향등과 주행등을 전방 교통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하이빔 어시스트’와 함께 모델에 따라 고급 AV엔터테인먼트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 탄탄한 주행성능

X6는 4.4L V8 트윈터보 엔진(407마력)과 3L I6 디젤터보 엔진(235마력) 등 2종류의 심장이 마련돼 있다. 시승한 모델은 235마력의 디젤터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5초가 나왔다. 최고속도는 제원상 시속 210km다. 4.4L 엔진이 들어간 50i 모델은 제원상 시속 0→100km 가속력이 5.4초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문제는 핸들링 성능이다. 쿠페를 표방했다면 스포티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SUV 중에는 발군이지만 스포츠쿠페와는 분명한 격차가 있다. 엔진과 구동계통의 위치를 일반 SUV에 비해 아래로 배치해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낮췄기 때문에 커브길에서 차체가 흔들리는 롤링 현상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2t이 넘는 차체 무게 때문에 커브길에서 연속적인 핸들링을 해보면 차체가 따라오기는 하지만 약간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동력이 전후좌우로 조절되는 ‘xDrive’와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 기능이 새롭게 들어가 급격한 핸들링이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체가 컨트롤을 잃는 상황을 막아준다.

X6는 쿠페의 성능을 닮았다기보다는 기존 SUV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스타일리시 SUV’인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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