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핸들링 엔진음 부드러워진 혼다 레전드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최고의 기술을 소비자 중심으로…

세심한 디테일의 ‘전설’에 도전

혼다 ‘레전드’를 대할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머릿속으로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신기술로 무장한 세단’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타보면 예상에는 다소 못 미치는 느낌에 고개가 갸우뚱거렸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슈퍼핸들링 4륜구동(SH-AWD) 시스템과 믿음직스러운 혼다의 엔진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엄지손가락을 들어줄 정도로 인정을 하지만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선 레전드에선 그 기술이 운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나온 레전드는 그런 단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해 한층 높아진 품질력이 느껴졌다.

○ 운전자 친화적 변화

구형 레전드는 자동차 중심의 차였다. 기술에만 치중해 렉서스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렉서스는 사실 기술적인 면에서 몇 페이지에 걸쳐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타보면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 때문에 상당수 운전자들이 만족한다.

반면 레전드는 논문 몇 권을 낼 정도로 구동계통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운전자의 불만을 살 요인들이 여러 개 있었다. 타이어 소음이 귀에 거슬렸고 내장재도 고급스럽지 못했다.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화면도 약간 조잡했다. 게다가 가장 장점이었던 SH-AWD 시스템의 작동감이 부드럽지 않았다. 자동차의 핵심 기술에만 집중했고 ‘잔기술’에는 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 혼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하다.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게 바꾸었고 타이어 소음도 경쟁 모델만큼 줄이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적외선과 소음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앞유리도 넣었다.

실내로 침투하는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상쇄시키는 기능까지 강화했다. 고선명(HID)전조등, 레인센서 와이퍼, 오디오 USB단자 등도 추가됐다.

덕분에 운전을 하면서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은 더욱 커졌다. 진작 이렇게 만들지.

○ 개선된 슈퍼핸들링

배기량이 3.5L에서 3.7L로 커졌다. 최대출력도 12마력 높아진 307마력이다. 가속력을 측정한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3초가 걸렸다. 구형 모델보다 0.2초 정도 빨라지긴 했지만 배기량에 비해 잘 나온 편은 아니다. 속도에 목숨을 거는 운전자만 아니라면 적당한 가속력이다.

SH-AWD 시스템은 앞뒤 바퀴에 70:30에서 30:70까지 구동력을 배분하면서 동시에 뒷바퀴의 구동력도 좌우 0:100∼100:0까지 움직이는 획기적인 구동방식이다. 차가 커브길이나 빗길에서 미끄러지려 하면 네 바퀴에 걸리는 힘이 조절돼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여 준다. 그러나 이 기능이 개입할 때 약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발생했고 뭔가 저항감이 느껴지면서 개운치가 않았다.

혼다는 이런 부분도 상당히 개선했다. SH-AWD의 작동은 적극적이면서도 부드러워져서 핸들링의 감각을 희생시키지 않았다.

혼다는 엔지니어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여러 기관에서 ‘올해의 기술’상을 받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아지는 소비자의 심리를 좀 더 파악한다면 훨씬 좋은 성과를 얻을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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