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4인승…
고유가시대의 지혜 담긴 영국의 명차
영국 배우 로완 앳킨슨이 주연한 코믹물 ‘미스터 빈’에 자주 등장하는 차가 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주인공 미스터 빈이 극중에서 모는 구형 ‘미니’.
장난감처럼 작고 앙증맞은 차체에 놀란 토끼 눈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헤드라이트는 미스터 빈의 코믹한 표정 연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미니’라는 차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미스터 빈이 타는 차’라면 “아! 그 차”라며 맞장구를 칠 정도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차다.
미니는 1959년 영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이집트 정부의 수에즈 운하 봉쇄조치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당시 영국 최대 자동차회사였던 BMC가 연료 소비가 적은 소형차 모델로 개발한 것이다.
설계는 영국으로 이민 온 그리스 계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가 맡았다. 그는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를 목표로 차체를 길이 3050mm, 너비 1410mm, 높이 1350mm로 작게 만들었지만 네 바퀴를 최대한 차체 끝부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실내를 넓혀 약간 비좁기는 하지만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미니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깜찍한 디자인과 실용성 때문에 서민은 물론 귀족, 영국 여왕까지 구입할 정도였다. 패션계에서는 미니로부터 영감을 얻은 ‘미니스커트’ 디자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미니는 이후 주행성능도 크게 향상된다. 경주용 차 제작자였던 존 쿠퍼가 BMC와 접촉해 1961년 주행성능을 대폭 강화한 ‘미니 쿠퍼’를 개발했다. 이 모델은 1964∼1967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4회 연속 우승컵을 차지하며 ‘작지만 강한 차’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 달리 미니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제작회사들이 잇달아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수합병(M&A)의 회오리에 빠졌다. 처음 미니를 생산했던 BMC가 BLC, 오스틴 미니, 모리스 미니, 로버 미니 등으로 계속 간판을 바꿔달았고, 마침내 1994년 독일 BMW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BMW는 인수 이후 기존 미니가 갖고 있던 감성적인 요소들과 함께 독일 특유의 첨단 자동차 기술을 접목시켜 미니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