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주문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거래가 많다. 이 정도면 무난한 출발로 본다.”
돈육 선물 시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21일 돈육 선물 상장을 준비해 온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날 거래된 돈육 선물은 총 125계약. 1계약이 1000kg이기 때문에 125t 정도의 돈육 선물이 거래됐다.
돈육 선물은 돼지고기를 선물(先物)로 사고파는 파생상품으로, 국내에서는 1999년 시작된 ‘금 선물’에 이어 두 번째로 상장되는 상품 선물이다.
이날 오전 10시 15분 개장하자마자 kg당 3950원에 첫 거래가 체결됐다. 거래 기준이 되는 돈육 대표가격(축산물등급판정소가 산출하는 kg당 돼지고기 평균값) 4110원보다 160원 낮은 가격에 첫 거래가 시작된 셈이다.
돈육 선물 가격은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 23분쯤에는 이날 최저가인 kg당 3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방학으로 인해 집단급식이 중단되는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50분에는 이날 최고가인 kg당 3960원까지 올랐지만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 3시 15분에는 3935원으로 마감됐다.
개장 첫날 돈육 선물 거래에는 선물회사와 투자신탁, 개인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선물회사의 거래 비중이 44.8%로 가장 높았고, 개인(36.8%), 투신(11.6%), 기타(6.8%) 등의 순이었다.
이날 돈육 선물 거래는 투자자들이 선물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돈육 선물 8월물을 이날 매수한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돼지고기 현물 가격이 kg당 4000원 이하로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조만간 40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여 돈육 선물 매수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돈육 선물은 미래 시점에 실제 돼지고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되지는 않는다. 거래보증금을 넣고 결제 시점에 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차이에 따라 정산만 한다. 돼지고기 가격이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투자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박종찬 상품개발팀장은 “선물거래의 도입으로 양돈농가와 육가공 업체는 장래에 거래할 돼지고기 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가격 폭등이나 폭락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