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외국인… 주식시장 이어 채권시장서도 순매도 전환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1분


《최근 국내 증시에서 연일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들이 채권 시장에서도 자금을 회수할 조짐이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는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현금 확보 차원도 있지만 최근 시장상황에 따라 변덕을 부린 정부의 외환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단기간에 지나치게 팔면 환율과 물가 상승을 부추겨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님’은 먼 곳에…

달러공급 증가 전망에 채권 매력 떨어져

9월 만기 도래 집중 시장 불안감도 한몫

○ 2년 5개월 만에 팔자세 전환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국내 상장(上場) 채권시장에서 3조57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말까지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외국인들은 월간 기준으로 2006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기록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2006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달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채권을 사며 총 56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에 한국에서 주식은 팔면서도 채권 매수에는 적극적이었다.

이는 국내 달러 유동성 사정과 관계가 있다.

지난해 정부의 단기외채 규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으로 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자, 국내 은행들은 한국에 달러를 들여와 채권을 사려는 해외투자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원화 대출을 해줬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채권금리의 격차를 이용한 무위험 재정거래를 할 수 있었다. 또 한국 금리의 절대 수준이 미국이나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보다 높았던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우려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팔고 외국계 은행에 대한 차입규제도 완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장에 달러 공급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거꾸로 채권 투자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현대증권 신동준 채권분석팀장은 “이처럼 무위험 거래 유인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들 사이에 글로벌 신용위기 여파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심리마저 강해진 것이 채권 매도세로 전환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환율-물가 상승 요인

외국인들이 채권을 팔아 달러를 도로 챙겨나가면 이는 곧 환율 상승(원화가치의 하락), 그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채권 값의 하락은 또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된다. 최근 서민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인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재 외국인들이 보유한 채권 중에서 올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규모가 약 6조 원이나 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만약 이때 외국인들이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채권을 한꺼번에 팔아 나간다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

외국인들이 최근 들고 있던 채권을 팔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9월 위기설’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감원 도보은 팀장은 “최근 채권을 파는 쪽은 그동안 신용위기에 타격을 많이 입고 신흥시장의 채권도 많이 보유한 유럽계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기 전까지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가 완전히 꺾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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