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땐 설립 활성화… 여러 곳에 분산투자 바람직
헤지펀드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라는 것이 국내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오해에 가깝다.
실제 수백 %에 이르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전체의 10∼15% 선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헤지펀드를 ‘저위험 중수익’ 펀드로 분류한다.
올해 상반기 해외 헤지펀드 지수인 ‘헤지펀드 종합지수(HFRI)’의 수익률은 ―0.75%다. 주요 증시 지수인 ‘MSCI 월드 지수’(―14.5%), ‘S&P500지수’(―12.8%)보다 하락폭이 작다.
또 최근 15년 동안의 변동성을 보면 헤지펀드가 연평균 7.4%로 S&P500지수(14.1%)보다 낮다. 무조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헤지펀드의 본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헤지펀드는 차입, 공매도(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 등 다양한 운용기법을 이용해 증시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연 8∼10%의 절대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실적 보수, 펀드매니저의 펀드 직접투자 등도 허용되고 사모 형식으로 운용된다.
○ 국내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국내에서는 차입, 공매도 등의 운용기법을 규제하기 때문에 헤지펀드 설립이 제한돼 있다.
내년 초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도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점차 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에서도 헤지펀드 설립과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일부 금융회사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간접적으로 열어 놓았다.
삼성증권은 3월부터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을 통해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 2곳에서 운용하는 여러 펀드 중 몇 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삼성증권 신탁파트 이영기 과장은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 원이며 지금까지 35억 원이 모였다”며 “약세장에서 일정한 수익을 올리려는 거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펀드도 있다.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 헤지펀드인덱스알파’는 최소 가입금액이 10만 원으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다.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지만 수익률이 해외 헤지펀드 지수인 ‘CS 트레몬트 지수’를 따라가게끔 설계돼 ‘헤지펀드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7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8.47%로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22.78%)을 14%포인트 웃돈다.
한국투신운용도 2003년부터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 변동성 강한 증시에서 강점
헤지펀드는 다양한 운용 전략을 사용해 이론적으로는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위험성과 수익률이 ‘주식과 채권의 중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헤지펀드 투자가 대체투자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메릴린치가 발표한 ‘월드 웰스 리포트 2007’에 따르면 전 세계 부유층의 금융자산에서 헤지펀드,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삼성증권 김휘곤 연구원은 “국내 증시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대체투자로 부각됐던 리츠펀드와 인프라펀드의 수익률도 저조하다”며 “약세장에서는 헤지펀드 투자를 대체투자 차원에서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단일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보다 여러 전략을 쓰거나, 몇몇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 투자가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