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들 공직 진출 눈에 띄네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LG그룹 출신 인사들이 주요 공직 등으로 진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 정부에서 ‘LG맨’의 공직 진출 1호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LG경제연구원장 출신인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LG를 떠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일하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윤호 장관 등 정부-공공기관 잇따라 진출

LG측 “비교적 잡음 없어 반사이익 보는 듯”

DJ정부 현대맨, 盧정부 삼성맨 활약과 대조

그에 이어 정병철 전 LG CNS 사장이 전경련 상근부회장 후임으로 임명되자 재계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과거 사석에서 ‘전경련 무용론(無用論)’을 토로할 정도로 LG와 전경련의 관계가 안 좋았는데 LG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신홍순 전 LG상사 사장도 LG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대표적 LG맨이다. 그는 LG상사 재직 시절 ‘마에스트로’라는 의류 브랜드를 선보였다.

유력한 한국전력 사장 후보 중 한 명인 김쌍수 LG전자 고문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혁신 전도사’로 불렸다. LG 안팎에서는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의 적임자로 김 고문에게 직·간접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LG전자 중국지역본부장인 우남균 사장은 5월 재중국 한국 상공회의소 격인 ‘중국한인상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LG CEO들은 전통적으로 대외활동에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는 햇볕정책을 뒷받침하는 현대맨들의 활동이, 노무현 정부 때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삼성맨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LG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 것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현 정부가 CEO 출신 인재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그룹 차원의 대(對)정부 관계나 인사 정책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LG 계열사의 한 임원도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를 받는 바람에 비교적 이렇다 할 구설수나 잡음이 없던 LG 출신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맨들이 ‘감투’를 쓰는 일이 잦아지자 일부에서는 ‘역차별’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능력 있는 한 LG 계열사 사장 출신이 최근 공기업 사장 공모에 참여했으나 ‘그 사람까지 뽑으면 LG 출신이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밀려 낙마한 것으로 안다”며 “LG 출신들의 사회 진출이 그만큼 왕성하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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